무역흑자 샴페인, 너무 이르다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 2009.03.02 13:46
2일 아침 7시20분. '진동'으로 설정해 놓은 휴대전화가 한차례 심하게 떨렸다.

'누가 이른 아침부터 문자를….'

급하게 메시지를 확인했다. 지식경제부에서 2월 수출입 동향 요약본 자료를 이메일로 보냈으니 확인하라는 내용이었다. 문자 메시지가 마치 "알리고 싶은 것이 있으니 빨리 열어 보세요"라고 재촉하는 것 같았다. 메시지 내용만으로 '무역수지 흑자가 꽤 되나 보구나' 하고 직감했다.

수출입 자료는 엠바고(보도 자제)가 풀리는 시점인 오전 10시가 다 돼서야 배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날은 배포가 빨라도 한참 빠른 것이었다.

자료를 확인하니 역시나! 2월 무역수지 흑자는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33억달러에 가까웠다.

오전 11시 수출입 관련 기자 브리핑 주재자도 국장급에서 실장급으로 격상됐다. 그동안 수출입 브리핑은 실적이 좋건 나쁘건 국장급인 무역정책관이 주재했다.

한달 전, 1월 수출입 실적을 발표하던 정재훈 당시 무역정책관은 가라앉은 어조로 "조금 기다려 주면 성과가 나올 것"이라며 애써 희망을 얘기했다. 이튿날 신문에는 사상 최악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는 내용과 함께 정 정책관의 이름이 나갔다.

이날 2월 수출입 실적을 설명하는 자리에는 이동근 무역투자실장이 섰다. 이 실장은 2월 수출입 및 무역수지 실적을 설명한 뒤 올해 무역수지 흑자가 당초 전망보다 80억달러 늘어난 2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올해 연간 수출은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수입은 30% 이상 줄어 무역수지가 200억달러 이상 흑자를 낼 것"이라며 "외환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이 실장은 일요일이었던 지난달 22일에도 이례적으로 기자들을 불러 모아 1∼20일 수출입 실적을 설명했다. 당시 브리핑 내용도 수출 감소율이 둔화되고 무역수지는 큰 폭의 흑자를 보일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윤호 장관까지 지난달 26일 민간의 연구개발(R&D) 투자 촉진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이달 무역수지 흑자는 30억달러 흑자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모처럼 나온 긍정적인 경제뉴스를 한시라도 빨리 전파하고 싶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아직은 이처럼 '샴페인'을 터뜨리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월 수출 감소율이 17.1%로 1월의 33.8%에 비해 둔화되기는 했지만 1월과 2월을 합한 실적은 마이너스 25.6%로 지난해 12월의 마이너스 17.9%보다 오히려 심해졌다.

무역수지도 1,2월 합계액이 6100만달러 적자여서 지난해 12월 흑자 이후 '적자전환'이나 다름없다. 1월과 2월은 설 연휴가 어느 달에 속하느냐가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합산한 실적이 현실을 보다 정확히 반영한다.

이 때문인지 이날 무역수지 흑자 소식에도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노성호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한 달 실적을 가지고 수출이 바닥을 찍었다거나 나아질 것 같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며 "세계 각국이 추진되는 각종 경기 부양책이 가시화돼야 보다 정확하게 전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3. 3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4. 4 '日 노벨상 산실' 수석과학자…'다 버리고' 한국행 택한 까닭은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