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와 ROE..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

김태규 새빛인베스트먼트 상임고문 | 2009.03.02 09:31
최근 우리 은행들이 BIS 비율 8 %를 맞추기 위해 대출을 꺼린다는 보도가 수시로 나오고 있다. 이 비율은 은행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설정된 국제결제은행이 설정된 것으로서 자산에 대한 자본의 비율이 8%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요구사항이다.

건전한 경영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니 좋은 것이다.

또 한가지 ROE라는 것이 있다.

자기자본수익율이란 것인데, 재무관리 측면에서 널리 사용되는 지침이다. 이는 가령 투자자본이 100 일 때 10의 수익이 발생했다면 이 비율은 10/100, 즉 10 %가 된다.

BIS 비율은 은행의 건전성을 위해 필요한 규제비율이고 ROE는 경영을 잘 하고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법이다. 물론 이 비율이 높을수록 수익을 많이 내고 있는 것이니 좋은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은행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은행의 ROE를 매년 15 % 정도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래야 우량경영은행으로 인정하고 은행의 경영진이 이 비율을 달성하면 후한 보수를 주었고 미달하면 교체해버리는 것이 하나의 관행처럼 되었다.

BIS 와 높은 ROE, 이 두 가지 경영지침이야말로 바로 2008 년에 터진 미국 금융위기의 원인이 되고 말았다.

왜 그런 것일까?

어느 은행의 자산이 10,000 이라고 하자. 그러면 BIS 비율을 맞추기 위해 그 은행의 자본금은 800 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은행의 경영진에 대해 투자자들, 주로 기관투자자들이 15 %의 ROE를 요구하고 있다면 자본금이 800 이니 800 * 0.15 해서 120 의 수익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은행경영진은 자본금 8 % 비율을 지키면서 해마다 120의 수익을 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은행의 수익이란 기본적으로 예금과 대출의 차이에서 나오는 이른바 예대마진에서 주어지는데 그 마진율이 연간 0.5 %라고 한다면 은행의 연간 수익은 10,000 * 0.005 로서 연간 50 이 될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수익은 연간 120 이니 70 이 모자라게 된다.

부족한 수익을 높이기 위해 은행이 예대마진을 높이고 싶어도 즉 대출 금리를 높이거나 예금 금리를 낮게 가져가고 싶어도 경쟁시장에서 그런 것이 마음대로 될리 만무하다.

따라서 ROE 15 %를 맞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길은 하나, 수수료 수입을 높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대마진으로 먹고 사는 것은 상업은행이고 그것이 아니라 수수료로 먹고 사는 은행이 바로 투자은행이다.

그동안 투자은행들은 높은 수수료 수익을 올리면서 세계 금융의 패자로서 군림해왔기에 상업은행들도 결국 투자은행의 길을 가야만 했다.

그래서 상업은행들이 만든 특수 자회사가 바로 SIV, structured investment vehicle이라는 해괴한 이름의 회사였다.

이 친구들은 일종의 별동대로서 엄청나게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수수료 수입을 올려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았다. 간단히 말해 돌격대였다.

그리고 이 돌격대들이 그간 무모한 영업을 통해 은행의 부족한 수익을 메워주면서 ROE 요구비율을 맞출 수 있었다.

결국 서브 프라임이고 CDS 등등의 말도 안 되는 파행성 파생상품들이 금융시장에 득실거리게 된 것도 이런 연유였다.

아시다시피 5대 투자은행들은 박살이 났다. 그런데 상업은행들도 이어서 박살이 나고 있다. 앞서의 SIV 와 같은 별동대들이 저질러놓은 것들이 함꺼번에 돌아오면서 저 거대한 금융제국인 시티와 BOA 와 같은 공룡은행들이 오늘 내일 하면서 숨을 헐떡대고 있다.

정리하면 은행에 대해 투자한 투자자들, 주로 기관투자자들은 그간 높은 수익배당을 받고 그 대가로 은행의 경영진에게는 대단히 높은 보수로서 보상해주었다. 물론 기준에 미달하면 즉각 해고시키는 방식이었다.

그러니 은행 경영진들은 미래를 보고 경영을 할 수 없었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으면 그만 두어야 하고 수익요구를 맞추면 엄청난 보수를 받을 수 있으니 눈앞의 현실에만 집중해야 할밖에.

대단한 금융공학과 위험관리기법으로 무장했다던 말은 ‘뻥’이었다.

단지 이번에 확인된 사실은 그런 고수익 요구가 애당초 무리였다는 사실이다.

가끔 무조건 해마다 50 %의 수익을 올린다고 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끌어들여 선물과 옵션에 투기하다가 깡통이 나서 운영자는 비행기타고 튀었다는 보도를 접해왔는데, 그간의 이런 일은 작은 에피소드였다. 미국은 은행산업 전체가 이런 식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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