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주도권 잡을 수 있을까

더벨 현상경 기자 | 2009.03.02 08:55

⑥-2 대체자산 많아 매각자 우위...인베브 협상태도 '깐깐'

이 기사는 02월25일(08:4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OB맥주 매각과정에서 보여줬던 인베브의 이른바'배짱 플레이'는 향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굳이 OB맥주가 아니어도 글로벌 자산 가운데 차입금 상환을 메울 정도로 자산이 충분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실제로 레드번(Redburn Partners) 등 유럽계 브로커리지 금융회사는 AB인베브가 보유한 미국 테마파크 자산가치를 30억~40억달러, 포장용기사업 가치를 20억~30억달러, OB맥주 가치를 10억~20억달러, 독일 벡스맥주 가치를 20억~40억달러, 그리고 칭다오맥주 지분가치를 10억~20억달러로 추산하기도 했다.



대부분 알짜 매물들이다보니 원매자를 찾기도 어렵지 않다.

게다가 인베브는 안호이저부시(AB)와 합병 이후 곧바로 동시다발적인 매각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칭다오맥주 지분 19.9%는 올 초 일본 아사히맥주에 6억6700만달러에 넘겼다. 전체 지분(27%)가치는 예상보다 조금 낮은 9억달러 가량으로 추산된 셈이다.

멕시코 모델로사는 옛 안호이저부시 등이 보유한 지분 50.2%에 대한 바이백(Buy back)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매각이 성사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현지 애널리스트들은 적어도 100억달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밖에도 인베브는 최근 캐나다맥주 라바트(Labatt)의 미국 내 배급업체인 '인베브 USA'도 KPS캐피탈 파트너스에 매각하기로 했다.

자산매각이 전부가 아니다. 통합된 AB인베브는 미국, 유럽 채권시장을 휩쓸다시피하며 대규모로 채권을 발행했다.

올해 1월에만도 인베브는 50억달러 규모의 달러화채권을 발행했다.

5년짜리 연7.2%금리에 12억5000만달러, 10년짜리 7.75%금리에 25억달러, 30년짜리 8.20%금리에 12억5000만달러 어치다.

불과 보름뒤. 이번에는유럽시장에서 19억유로(약30억달러)규모의 유로화채권도 찍었다.

4년짜리 7.375%에 7억5000만유로, 8년짜리 8.625% 6억유로, 15년6개월짜리 9.75% 5억5000만유로다.


과도한 차입금융으로 무디스(Baa2), S&P(BBB+)등이 신용등급을 낮게 책정했고 금융시장도 인베브의 유동성을 걱정하지만 현 상황으로 볼 때 인베브의 차입금 상환은 그다지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인베브가 OB맥주를 매각해야만 한다고 해도 유동성 상황만 따져본다면 원치 않는 가격에 팔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OB맥주 매각도 오랜 줄다리기로 험난한 과정을 겪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깐깐하기로 소문난 인베브의 협상스타일도 일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을 비롯, 과거 인베브와 거래관계를 맺었거나 협상을 진행해본 경험이 있는 회사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인베브를 "기업이 아니라 마치 사모펀드 같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규모 M&A를 많이 해본 경험 탓에 협상력도 높고 고가매각을 위한 언론플레이나 분위기 조성에도 탁월하다는 것.

실제 미국 안호이저 부시 인수(TOB)과정에서 인베브는 상대측으로부터 "인수제안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포했다"며 법원에 소송까지 당하기도 했다.

경영과정도 마찬가지여서 현지 업계에서는 인베브에 대해 '비용 쥐어짜기의 달인'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OB매각의 또 다른 변수로 내릴 줄 모르는 달러/원 환율 부담이 부각되고 있지만 이 또한 인베브에 있어서는 그다지 반영요인이 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인베브 자신이 안호이저부시를 인수하면서 환율요인으로 '쓴 맛'을 봤기 때문이다. 작년 7월 인베브는 달러가치 상승으로 520억달러에 해당하는 유로화와 관련, 당초 예상했던 327억유로보다 훨씬 많은 412억 유로를 조달해야 했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할때 과연 롯데 등 인수후보군이 인베브를 제대로 상대해낼지는 미지수다.

아무리 자금이 많다고 해도 매각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이 과정에서 얼마만큼의 협상력을 발휘할지가 의문이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후보군의 참여와 도움없이 롯데 단독으로 거래를 성사시켜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행여 거래를 성사시켰다고 해도 시장은 "비싸게 사들인 것 아니냐"는 냉정한 평가를 내릴수도 있다.

다른 M&A거래는 몰라도 OB맥주 만큼은 여전히 매각자 우위(Seller's Market) 상황이 공고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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