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서 대박 일군 中企… 비츠로시스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9.03.03 08:13
- 비츠로시스, 이라크서 1453억 발전소 수주
- 향후 7억5000만달러 후속 프로젝트 유리한 고지
- 파트너 암살 등 고난 속 4년에 걸친 집념


'전쟁과 망명, 그리고 암살'. '바그다드에서 베이루트, 다시 암만으로'.

'007 시리즈'와 같은 첩보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말들이다. 하지만 발전설비 및 자동제어시스템 전문업체 비츠로시스가 이라크에서 1000억원대 가스터빈 발전소 설치 프로젝트를 따내는 과정이 바로 이랬다.

비츠로시스는 지난 1월5일 이라크 전력부와 9252만달러 규모의 바그다드 소재 가스터빈 발전소 설치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원/달러 환율 1570원(3월2일 종가) 기준으로 1453억원에 이른다. 이 회사의 지난 사업연도(2007년 4월∼2008년 3월) 매출액 541억원의 3배에 가까운 규모다.

이 가운데 선수금(20%)에 해당하는 1850만달러가 지난달 13일 입금됐다. 가스터빈을 선적할 때 40%, 도착할 때 30%, 오는 8월 공사가 완료될 때 나머지 10%가 입금된다.

이로써 비츠로시스는 이르면 올해 중 3차례에 걸쳐 발주될 총 7억5000만달러 규모의 이라크 내 변전소 및 발전설비 프로젝트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게 됐다.

연 매출액 500억원대의 중소기업 비츠로시스가 분쟁지역인 이라크에서 어떻게 이런 대박을 터트릴 수 있었을까?


시간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츠로시스의 직원 A씨가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을 갔다. 이곳에서 A씨는 이라크에서 망명한 전 고위급 인사 B씨를 만났다. 이라크인 B씨와 두터운 친분을 쌓은 A씨가 2005년 한국으로 돌아와 비츠로시스에 재입사를 하면서 이라크와 비츠로시스의 인연이 시작됐다.

B씨를 통해 전후 이라크 정부 측 인사들을 소개받은 비츠로시스는 2005년 약 1억달러 규모의 이라크 석유플랜트 발전설비 프로젝트 입찰에 뛰어든다. 무려 2년을 끈 입찰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비츠로시스는 계약 체결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입찰을 주도하던 이라크 석유공사 사장이 2007년 갑자기 암살당하면서 입찰 자체가 무산됐다. 비츠로시스는 결국 입찰보증금만 고스란히 날렸다.

다음 기회는 지난해 8월에야 찾아왔다. 비츠로시스는 이라크 전력부가 가스터빈 발전소를 빨리 설치해줄 수 있는 사업자를 찾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 사업을 따려면 가스터빈 발전기를 최대한 빨리 확보해야 했다. 마침 남양주시가 독일 지멘스에 주문한 가스터빈 발전기 2대의 도입을 2년 연기하면서 비츠로시스는 이 가스터빈 발전기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분쟁지역으로 지정된 이라크에 들어갈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지난해 11월 이라크 전력부 관계자들이 레바논 베이루트를 방문했을 때 비츠로시스는 이들을 찾아가 제안서를 건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조건이 맞지 않았다. 1차 협상이 무산되고, 전력부 관계자들이 요르단 암만으로 넘어가자 비츠로시스는 다시 이들을 따라가 협상을 이어갔다. 그리고 끝내 지난해 12월 발전소 설치가 시급했던 전력부로부터 프로젝트를 맡아달라는 뜻을 전달받았다. 이라크 시장에 뛰어들어 4년간 산전수전을 겪은 끝에 이룬 쾌거였다.

김승진 비츠로시스 대표이사는 "통상 2년 걸리는 프로젝트를 약 8개월 만에 마무리할 수 있는 사업수행 능력이 이라크 정부로부터 높게 평가받은 것 같다"며 "특히 이라크 내 발전망 구축을 책임지고 있는 라드 알 하리드(Raad Al-Haris) 전력부 부장관 등이 우리 회사에 대해 깊은 신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라크의 전후 복구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발전설비를 시작으로 향후 상수도, 하수도 등 인프라 구축 사업이 잇따라 발주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기술력있는 한국기업들이 상당한 수혜를 누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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