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채권까지 부실 가능성"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반준환 기자, 오수현 기자 | 2009.03.02 07:15

금융회사, 가계대출 프리워크아웃 반발

- 도덕적 해이, 연체율 상승 등 유발
- 충당금 부담 늘어 수익성 악화 우려도

금융감독원이 '가계대출 사전 채무재조정'(프리워크아웃) 제도를 도입해 정상적인 대출까지 미리 상환을 유예하기로 한 것은 경기악화에 대비한 포석이다. 하지만 채무자의 도덕적해이 등 적잖은 후폭풍이 우려된다. 당장 카드사들은 고의연체가 급증하고, 이는 결국 성실한 고객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고 강력히 반발한다.

◇왜 도입하나=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 가계소득이 줄고, 주택가격이 하락해 채무자의 상환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담보도 부족해 잠재 부실여신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이를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가계부채는 지난해말 현재 688조원이며,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240조원(37%)에 달한다. 가구당 평균부채는 4128만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개인 금융자산을 금융부채로 나눈 비율은 2.1배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데다 금융위기 진앙지인 미국(3.1)뿐 아니라 일본(4.3) 영국(2.4)보다 떨어진다. 특히 주택가격 하락으로 금융권이 잡은 담보가치 역시 크게 떨어졌다.

금감원은 부동산가격 하락으로 담보력이 크게 감소하거나 직장 변경 또는 실직 등으로 소득이 급감한 채무자들을 대상으로 프리워크아웃을 시행할 방침이다. 다른 금융기관의 신용관리 대상으로 등재돼거나 다른 금융기관의 채무가 과다하지만 앞으로 정상화가 가능한 채무자도 적용 대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이 시행중인 신용회복프로그램을 포함해 대상자 기준·심사·운영절차를 자체적으로 정하도록 했다"며 "신용회복위원회로 가기 전 단계로 가계대출 부담이 상당부분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반발=금감원은 금융지주 및 여신전문 금융사에 지난달 20일까지 시행계획을 보고토록 했지만 대부분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도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카드사는 신용판매뿐 아니라 현금서비스 등 1개월 미만의 신용대출이 일어나는 곳이다. 은행에 비해 채무회수도 쉽지 않은데 미연체 채권까지 채무 재조정 대상에 포함하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카드사들은 연체 부담도 확대될 것을 우려한다. 지난해 연말 신한·현대·삼성·롯데·비씨 등 전업카드사들의 연체율은 3.43%로 카드사태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로 높아졌다.

또한 정상채권이 프리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요주의채권'으로 분류돼 금융회사의 충당금 부담이 커진다. 카드사들은 정상적인 가계대출에는 채권의 1.0%를 충당금으로 쌓지만 요주의는 8배인 8%를 적립해야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부담을 완화해 신용불량자 양산을 막겠다는 금감원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제도 시행에 따른 여러 부작용을 고려한 뒤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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