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민 내모는 대부업체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 2009.03.05 10:29
#"쓰러진 아버지의 수술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급하게 유명 대부업체를 찾았지만 돈을 빌릴 수 없었습니다. TV광고에선 쉽고 빠르게 대출해주겠다고 하더니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군요. 결국 불법 사채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영업자 A씨의 하소연이다. A씨는 얼마전 직장을 그만두고 식당을 개업했다. 그는 자신이 신용불량자도 아닌데 왜 대부업체에서조차 돈을 빌릴 수 없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대부업체들이 돈줄이 말라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에게 대출을 해주지 못하고 있어요. 조달금리가 너무 높은 탓입니다. 금융당국에서 대부업체들의 조달금리가 낮아지도록 도와주셔야 합니다."

지난달 27일 서울 명동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소외자 대책점검 현장간담회'에서 나온 대부업협회 고위관계자의 발언 중 한 대목이다. 저축은행과 캐피탈사들이 지나치게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바람에 A씨처럼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에게 돈을 빌려주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기자가 현장에서 접한 얘기는 대부업계의 주장과 달랐다. 대형 대부업체들은 지난해 상당규모의 순익을 올리는 등 자금사정이 넉넉하지만 경기침체로 연체가 늘 것을 우려해 대출을 꺼린다는 내용이다.


대부업체들은 최근 주고객인 개인신용등급(CB) 7~10등급의 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대신 이전에는 대부업체를 찾지 않던 5~6등급의 고객들이 찾아오자 이들에게만 대출을 해준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국내 최대 대부업체의 대출승인율이 10%를 밑돈다는 감독당국의 내부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즉 이 업체를 찾는 서민 100명 중 90명 이상이 대출을 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다는 얘기다.

이 회사는 지난해 총자산이익률(ROA)이 9.76%를 기록했다. 이는 시중은행보다 13배 높은 수준이다. 많은 이익을 내고도 경기가 어려워지자 자신들의 주고객을 외면하는 셈이다. 조달금리 인하를 위해 서민을 볼모로 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대부업체는 그간 불법사채업자들과 차별화를 위해 헌혈을 하고 연탄을 나르는 등 이미지 개선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100번의 봉사활동보다 불법사채시장에 내몰린 서민의 힘이 돼주는 게 이미지 개선에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서민을 불법사채시장으로 내모는 것이 정작 자신들은 아닌지 되돌아보길 바란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임신한 딸이 계단 청소를?"…머리채 잡은 장모 고소한 사위
  2. 2 [단독]유승준 '또' 한국행 거부 당했다…"대법서 두차례나 승소했는데"
  3. 3 "대한민국이 날 버렸어" 홍명보의 말…안정환 과거 '일침' 재조명
  4. 4 '청춘의 꿈' 부른 김용만, 자택서 별세…"한달전 아내도 떠나보내"
  5. 5 "봉하마을 뒷산 절벽서 뛰어내려"…중학교 시험지 예문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