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 환율에 놀라 달아난 외국인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 2009.02.27 17:08

장초반 순매수하다 환율급등에 74억 순매도 마감

장막판 급등한 원/달러 환율에 외국인들이 달아났다.

외국인투자자는 27일 코스피시장에서 장중 396억원까지 순매수 규모를 늘렸지만, 장막판 외환시장의 요동으로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74억원의 순매도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의 매수세로 장중 2.1% 상승하며 1076.81까지 올랐던 코스피지수는 환율 어뢰에 일격을 당하면서 외국인들의 매도심리를 자극했다.

이날 특징적인 대목은 프로그램 매매에서 비차익거래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장중에 상당히 유입됐다는 대목이다. 비차익거래는 일반적으로 15개 이상 종목을 바구니에 담아 매수 또는 매도하는 바스켓매매다.

비차익거래는 이날 장중 577억원까지 순매수를 늘리면서 지수의 버팀목으로 작용했다. 지수선물시장에서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면서 시장베이시스의 약화로 차익거래는 환율 급등 소식이 알려지기 전에 600억원 이상 순매도를 나타냈다. 하지만 비차익거래에서는 매수우위가 600억원 가까이 몰려들며 코스피지수의 견조세에 일정한 방패역할을 했다.

그러나 비차익거래는 원/달러 환율이 장막판 1540원을 뚫는 등 급등세를 나타내면서 급격히 매도로 방향을 틀어 199억원의 순매도로 장을 끝냈다.

차익거래도 지수선물시장에서 외국인과 개인 매도세가 강화되면서 2047억원의 매도우위로 마무리됐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날 장중에 강하게 유입된 비차익거래 매수세를 외국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측했다.

비차익거래의 주체는 외국인과 투신, 기타에 포함된 법인 등 다양하게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장막판 급격하게 매수세가 줄어들면서 현물시장의 외국인 매수세도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비차익거래는 장마감 30분 전 314억원 순매수에서 199억원 순매도로 줄어들었다.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 매수세도 같은 시각 316억원 순매수에서 74억원의 순매도로 전환됐다.


비슷한 속도로 매수세가 둔화된 셈이다.

심 연구원은 "국내증시에 대해 향후 우호적인 관점을 가진 외국인이 포트폴리오 조정이나 편입을 위해 비차익거래를 통해 매수세를 장중에 늘린 것으로 추측된다"며 "비차익거래가 순매수 기조로 끝났다면 외국인의 태도변화를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16거래일 연속 비차익거래 매도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비차익거래가 매수우위를 보였다면 국내 등록된 2만4000여 외국인 가운데 특정 세력이 현재 시점을 저점 부근으로 판단하고, 포트폴리오에 우량주를 채워넣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증권과 환율시장의 관계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증권시장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가속화하면, 다시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환전하는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다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 향후 환차익을 노리고 들러온 외국인들이 실망하면서 매도세를 가속화한다는 의견도 있다.

증시와 환율의 상관관계는 누가 먼저 발단을 제공했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는 보완 관계라는 지적이 많다.

다만 이날은 증시 상승세 둔화와 외국인 매도세 전환 빌미를 환율이 제공한 것으로 여기는 시각이 증권가에서는 높은 편이다.

향후 환율에 대해서는 1600원선에 도달해야 당국이 본격적으로 액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시장에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판국에 정부가 앞장서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소진할 필요는 없다"며 "달러당 1600원까지 상승해야 외환시장의 기를 꺾는 단호한 개입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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