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살아남기만 하면 되는가

문형구 고려대 경영대 교수 | 2009.02.27 08:15
# 1. 일자리나누기에 적극 동참. 기존 직원의 봉급을 줄여 인턴사원을 채용하자. 이러한 정부와 사회의 요구에 대해 이번 위기를 체질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하는데 결국 모두 함께 죽자는 것 아니냐는 한 대기업 임원의 푸념.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늘리기 위해 단기간은 임금의 삭감을 견디겠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삭감된 자신의 봉급을 견디기 어려워져 결국 일을 열심히 할 인센티브가 사라져 버린다는 것.

# 2. 입사 지원서를 수백 번 작성하고도 아직도 취업을 못하고 있는 젊은이.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다가오자 직장에서 계약해지 통고 받은 수 없이 많은 근로자들. 그들에게 차제에 기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배부른 자의 무책임한 소리일 것이다.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시되고 있는 일자리 나누기 등의 해법을 들여다보면 결국 어려운 기업들이 경기가 좋아질 때까지 연명하라고 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함께 고통을 나누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일자리를 유지하고, 잡쉐어링(일자리 나누기)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 모두 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나가는데 중요하다. 그러나 살아남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 3. 종업원 100여 명과 함께 정보기술(IT) 하드웨어 관련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는 창립 10년차 중소기업의 사장과의 대담. 올해 매출이 작년 동기에 비해 무려 50%가 줄었다고 한숨을 쉬면서도 결연한 모습과 함께 그가 소개하고 있는 올해 경영목표는 바로 생존과 성장.

모든 종업원이 똘똘 뭉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과 혁신을 통해 어려움을 이겨내 살아남으면서 동시에 지속적으로 성장하려 한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모든 종업원을 보듬고 갈 수 있을는지는 자신도 알 수 없다고 하면서도 그의 어조에 강한 힘이 느껴졌다.


그가 어떻게 생존과 성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눈빛 속에서 필자는 우리 사회의 희망을 보았다. 당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덤핑이나 편법을 쓰지 않고, 모든 종업원과 함께 살아남으면서도 나중에 도약할 기반을 만들어 감으로써 장기적으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당당한 모습 속에서.

이제 경영학자나 전문가들이 나서야 할 때라고 본다. 어떻게 생존과 성장이 동시에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지 그 방안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위기시에 사람들은 '일보 전진을 위한 이보 후퇴'라는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곤 한다. 그래서 미래를 위해 지금은 납작 엎드려 숨만 쉬고 있어도 괜찮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엎드려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 활동을 시작해야 할 때를 대비해 고민하고 노력하고 학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비용을 마냥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번 기회에 비능률적이고 낭비적인 요소는 없애야 하겠지만 다시 경기가 살아날 때를 대비해 종업원의 능력 향상에 더 많은 비용을 쏟아야 한다.

우리나라 최대의 기업 중 하나에 근무하는 한 임원은 자신이 일하고 있는 기업이 10년 전 IMF의 위기를 이겨내고 세계 시장 속에 우뚝 선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불필요한 인원은 과감히 줄이되 남아있는 인력의 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한 결과라는 것이다.

미래를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종업원의 능력을 향상시킬 자원이 없는 기업은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더 큰 문제를 만들어낼지 모른다. 억지로 일자리를 나누거나 만들어내더라도 미래를 대비할 자원과 능력이 없어 희망이 없는 부실기업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과, 일자리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들을 위한 정부의 혁신적이며 시의적절한 사회안전망 구축노력 및 국가적 인적자원개발 방안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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