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코스닥 팔아 현금확보 나섰다"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09.02.27 08:21

셀트리온·서울반도체등 '차익실현'

코스닥시장에서 기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25~26일 이틀간 500억원을 훌쩍 넘는 매물폭탄을 쏟아내고 있다. 올 들어 일관된 순매수 포지션을 유지하며 시장 분위기를 주도했던 모습과는 다른 기류다. 지난 16일 400선을 찍었던 코스닥지수는 기관의 '팔자'에 350선으로 크게 되밀렸다.

전문가들은 최근 동유럽 디폴트 위기와 원/달러 환율 급등 등 국내외 금융불안이 가시화되면서 기관이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가 많이 오른 코스닥 우량주들이 집중적인 매도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런 맥락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더욱 확산될 경우 기관의 매도공세가 본격화되고 코스닥지수의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6일 코스닥시장에서 기관은 303억원을 순매도했다. 전날 226억원 가량의 주식을 팔아치운데 이어 이틀새 530억원 가량을 순매도한 셈이다. 특히 230억원을 판 투신이 기관의 순매도를 주도했다. 셀트리온 서울반도체 현진소재 태광 평산 등 시장 영향력이 큰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대거 매물로 쏟아졌다. 이 때문에 장중 한때 3% 이상 뛰었던 코스닥지수는 전날 대비 1% 가량 빠진 358.65로 마감했다. 올 들어 처음으로 3일 연속 하락한 것이다.

김동준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기관이 각각 바이오와 발광다이오드(LED) 대표주인 셀트리온과 서울반도체를 차익 실현의 관점에서 집중적으로 순매도했다"며 "풍력 테마주인 현진소재와 평산은 환율 급등으로 인한 키코 손실 우려 부각으로 비중을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다소 성급하긴 하지만 기관이 매수 포지션을 접고 추세적인 매도세로 돌아설 조짐이 엿보인다는 점이다. 기관은 지난 19일 작년 5월 이후 9개월래 최대 규모인 394억원을 순매도했다. 동유럽 디폴트 위기 가능성이 본격 제기되고 국내 금융기관의 달러 차입 여건 악화가 이슈화되던 시기였다. 당시 원/달러 환율도 1480원대를 기록하면서 1500원을 향해 급등세를 탔다.

기관의 매도 강화 시점이 글로벌 금융불안 우려가 확산된 시기와 얼추 맞아떨어지는 셈으로 그 시점부터 26일까지 기관은 314억원의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 금융불안이 지속될 경우 기관의 매도 공세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전망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이틀 530억원의 순매도 금액은 기관이 코스닥 종목들을 사들이기 시작한 지난 해 12월 중순 이후 최대 규모"라며 "최근 금융시장의 환경 등 여러 상황을 볼 때 기관이 보수적인 매매 전략으로 돌아섰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애널리스트도 "차익 실현 욕구가 있는 상황에서 환율 상승이나 미국과 동유럽 금융환경 악화 등 주변 여건이 가미돼 매도세로 돌아선 것으로 추정된다"며 "상황이 악화될 경우 매도 규모가 더욱 강화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 자산운용사의 주식운용팀장 역시 "증시 환경 자체가 추세적으로 오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발빠르게 단타 매매로 대응하던 일부 기관에겐 차익 실현의 빌미가 마련된 셈"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증시의 불확실성 탓에 기관이 기본적으로 '박스권' 트레이딩 관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이 많이 내릴 경우 다시 내다 판 주식을 사들이거나 순환매 차원에서 다른 종목들로 갈아타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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