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발주취소가 치명적 악재라고?

이상배,김지산 기자 | 2009.02.26 13:57
- 증권가 "최대 915억달러 발주취소 위험"
- 조선사 매출 급감+환율 폭등 우려
- 실제 발주취소 쉽지 않고, 선종 변경 등 대안 많아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선박 발주취소' 공포가 조선업계를 엄습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발주취소 위험에 노출된 국내 조선사의 수주금액이 약 900억 달러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대규모 발주취소는 조선사의 미래 매출액인 수주잔액의 급감 뿐 아니라 선물환 매도 청산에 따른 환율 추가 폭등까지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선주와 조선사들 사이의 계약 관행으로 볼 때 이 같은 우려는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최근 그리스의 해운선사인 마마라스로부터 각각 1억달러 어치 이상의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2척에 대해 발주취소 요청을 받았다. 삼성중공업도 이스라엘 해운선사인 짐 인터그레이티드 해운과 1만2500TEU급(1TEU=20피트 짜리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8척에 대해 계약 변경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밖에도 프랑스 CMA-CGM과 스위스 MSC 등 유럽계 선주들이 자금난을 이유로 한국 조선업체들에게 발주취소 또는 선박 인도 연기 등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유선 대우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잔액 2000억달러 가운데 2008년 이후 발주된 물량 915억달러가 발주취소 위험을 안고 있다"며 "동유럽 금융위기가 발주취소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만약 발주취소 사례가 발생하더라도 조선사 입장에서 발주금액을 모두 잃게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개 조선사는 전체 발주금액의 20%씩을 5차례에 걸쳐 나눠서 지급하는 표준방식에 따라 대금을 받는다. 5차례란 통상 △계약 체결 때 △건조의 시작을 알리는 용접봉 점화 때 △블록을 도크에 거치할 때 △명명식 △최종 인도 등을 말한다.

따라서 계약을 했다면 조선사는 이미 대금의 20%를 받은 셈이고, 첫 블록을 도크에 올려놓았다면 이미 대금의 60%가 지불된 뒤다. 선주 입장에서도 이미 지급한 대금을 날려야 한다는 점에서 일방적으로 발주를 취소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발주취소가 아닌 선종 변경이나 인도 연기 등의 방식을 따르기도 한다.

STX조선이 대표적인 사례다. STX조선은 지난 6일 한 유럽 선주가 발주한 벌크선 4척 가운데 1척의 수주를 취소하면서 대신 PC탱커 2척을 새로 수주했다. 동시에 인도일을 기존 2010년 6월30일에서 2011년 11월30일로 변경했다. STX조선의 경우 인도 연기와 함께 중도금의 비중을 높여 최종잔금 지급이 늦어지는데 따른 영향을 최소화했다.

아직 선례는 없지만 선박 건조가 상당부분 진행된 뒤에 선주가 일방적으로 발주를 취소한다면 조선사 입장에서 건조를 마무리한 뒤 제3의 선주에게 값을 깎아파는 방안도 강구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 김부경 상무는 "선주들의 발주취소나 인도 연기에 조선사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본다는 건 큰 오해"라며 "선주들도 선수금을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에 쉽게 계약을 취소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3. 3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4. 4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