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은 1997년 아시아보다 양호하다"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에셋매니지먼트 회장 겸 수석 펀드매니저 | 2009.02.26 10:06

[ 마켓 인사이트]

최근 중ㆍ동부유럽(CEE, Central-Eastern Europe) 금융위기와 더불어 미국 상업은행의 국유화 논란, 치솟는 환율 등 여전히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지속되고 있다.

다만 오늘날의 중ㆍ동부유럽 금융위기와 관련, 가장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점은, 개별 국가별로 매우 다양한 경제여건을 갖고 있어 금융위기 대처법이 국가별로 차별화 되고 있다는 점이다. 상이한 경제여건에 맞는 처방전이 무엇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CEE 국가들의 총 부채(1.5조 달러) 중에서 5,000억여 달러가 금년 만기가 도래한다. 그러나 이러한 채무가 국가별로 동일하게 배분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폴란드 터키 러시아가 단기 부채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체코의 경우는 5%에 불과하다. 지역내 개별 국가들의 총체적인 상황을 살펴보았을 때, 폴란드 터키 체코가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들 국가의 은행 시스템은 차입 비중, 특히 민간부문의 해외채무 비중이 작고, 성장하락 압력이 적으며, 지난 6개월 동안 상당히 적극적인 통화완화 정책이 추진돼 왔기 때문이다.

한편, 불가리아 루마니아 헝가리 및 발틱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다소 높은 위험에 처해 있다. 기존에 상당히 과열됐었던 경제와 여타 CEE국가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민간섹터내의 외화 대출비중, 그리고 상당 수준 누적된 대외채무를 고려했을 때 꽤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요인에도 불구하고 이들 국가들은 주변국뿐만 아니라 IMF 및 EU 등 다른 외부 기관으로부터 대외 자금조달 지원을 받는데 성공했다. 심지어 높은 위험 국가로 분류되고 있는 에스토니아와 불가리아도 상당한 재정흑자를 유지해 왔기에 앞으로의 위기 극복 여부가 주목된다.

가장 큰 위험국가로 보이는 나라는 아마도 우크라이나일 것이다. 정책 집중력의 부족은 다른 위험국가들과 더불어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또한 낮은 철강가격과 높은 가스가격으로 무역 부문에서의 역풍도 맞고 있다. 이러한 요건들은 경기침체 가능성을 증가시키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더욱이 통화 및 금리 여건은 경제적 어려움을 한층 가중시키고 있다.

서유럽은행들의 CEE 지역에의 투자비중을 보면, 전체 자산의 60%를 차지하는 위험자산이 국가위험이 적은 5개국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러시아 그리고 터키가 이에 해당한다.


물론 CEE 지역 내 대부분 국가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통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 및 성장둔화가 가계대출 부문을 추가적으로 악화시켜 서유럽은행들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하지만 CEE지역에는 이들 충격을 완화시켜 줄 수 있는 몇 가지 긍정적 요인들 또한 상존한다.

한가지로는 CEE 지역의 가계대출 비중이 미국 혹은 서유럽에 비해 훨씬 적다. 예를 들어, 대부분 CEE국가들의 GDP(국내총생산)내 모기지 대출의 비중은 여전히 15% 미만이다. 월별 채무비중도 매우 낮다. 또한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지난 몇 년간 두 자릿수 수준으로 성장해 왔다. 이로 인해 수년 전에 받았던 대출을 감당할 수 있는 완충역할을 해 주고 있다.

최근 중ㆍ동부유럽 국가들의 금융위기는 1990년대말의 아시아 위기와 같이 해당 및 주변국에 큰 폭풍으로 전염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만, 현재 CEE 국가들의 상황이 예전 아시아 위기 때 보다는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CEE 국가들은 풍부한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다. 정책입안자의 측면에서도 현재 CEE 중앙은행들이 예전 아시아 국가 중앙은행들보다 제도적인 측면이나 제도의 시행력에서 금융시장의 곤란을 헤쳐나갈 수 있는 능력에 후한 점수를 준다.

GDP 대비 외국인직접투자(FDI) 증가추세가 1996년의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서 더 높다는 점도 긍정적인 측면이다. 이는 서유럽권 및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보다 장기적으로 CEE 지역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CEE 국가들중 많은 수의 국가들이 EU의 회원국이며, 필요하면 라트비아의 경우처럼 대외적인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또한 직접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시장에 머무를 가능성도 높여주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비록 러시아 및 동유럽 증시가 2008년 각각 74%, 69% 하락했지만, 국가별 상황을 꼼꼼히 살펴보고 밸류에이션 면에 있어 투자 가치가 있는 기업을 주시한다면, 현재와 같이 극심한 변동성이 진행되는 가운데서도 중ㆍ동유럽 시장에서 매력적인 투자기회들을 지속해서 발굴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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