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vs 윤증현 '환율고시 답이 다르다'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 2009.02.25 17:19

강만수 "환율주권" 적극적... 윤증현 '시장 존중'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위기관리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환율문제를 잘 활용하면 수출확대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다소 뜻밖의 말을 했다.

환율이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시장에 좀더 강도 높게 개입하지 않을까 경계했던 시장의 관측과는 어긋난 언급이었다.

윤 장관은 환율과 관련해 지난 19일 국회 업무보고에서는 "공개적으로 말은 못하지만 그냥 놔두진 않겠다"고 말한데 이어 22일엔 "투기세력이 개입할 땐 좌시하지 않겠다"며 발언수위를 높여 왔다.

지난 24일엔 "(환율 흐름을) 두고 보자"며 "당국자가 코멘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수위 조절에 나섰지만 그간의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발언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고환율을 용인할 수 있다는 의미로 들렸기 때문이다.

재정부 국제금융 라인은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시그널이 아니라 환율 상황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며 두려움(패닉)에 빠질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해명했지만 윤 장관의 발언이 남긴 강력한 인상을 지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윤 장관의 이날 발언이 어떤 의도를 가진 것처럼 비쳐지기도 하지만 환율에 대한 윤 장관의 기본적인 원칙에 비쳐보면 오히려 일관된 행보일 수 있다.

윤 장관은 평소 "환율이 경제 펀더멘털과 시장메커니즘에 따라 움직이므로 과도한 쏠림현상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겠다"며 기본적으로 불개입 입장을 천명해왔다.

전임 강만수 장관이 "어느 선진국도 환율을 시장자율에 맡겨 두지는 않는다"며 우회적으로 '환율주권론'을 강조했던 것과는 다소 다른 입장이다.

윤 장관의 환율정책은 취임 이후 9일간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중에도 구두개입에 그치거나 시장에서 무개입으로 오해할 정도로 미세 조정에 그쳤다는 점에서 1기 경제팀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강만수 전 장관의 환율개입에 대해 쏟아졌던 비판 여론이 무색할 정도로 '정부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여기에는 윤 장관의 '시장존중론' 외에도 강 전 장관에 비해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현실 여건에 대한 감안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기 경제팀은 무엇보다 실탄이 넉넉치 않다. 지난 1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017억 달러로 유동외채 1939억6000만달러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100억달러만 허공에 날려도 투기세력의 역공을 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반면 강 전 장관이 취임한 지난해 2월에는 외환보유액이 2624억달러로 상대적으로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

게다가 현재 환율 불안 요인으로 부각된 동유럽발 금융위기나 미국발 제2금융위기 가능성 같은 외환시장의 대외 변수들은 개별 국가의 외환당국이 시장 개입으로 맞설 수 있는 재료가 아니다.

환율은 시장에 맡기고 수출 확대 등을 통한 경상수지 흑자 기조로 체력을 강화하는게 나을 수 있다는 점에 윤 장관은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면에서 보면 윤 장관의 '고환율 수출 도움론'은 강 전 장관이 지난해 3월 환율이 900원대와 1000원대를 넘나들던 시절 "수출 등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정부는 환율상승에 우호적"이라고 말한 것과 맥락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부분이 있다면 강 전 장관은 '환율주권론'에 근거해 시장의 흐름에 홀홀단신 맞섰고 윤 장관은 '시장존중론'에 기반해 시장이 움직이는 흐름과 같이 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고환율을 추구하겠다는게 아니라 환율 수준이 높아진 것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경상수지 등 모멘텀을 봐가며 움직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며 "추세가 꺾여 최소의 개입으로 최대의 효과가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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