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 체험이냐 허드렛일이냐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 2009.02.26 08:51

[인턴 100% 활용하기](상) 청년인턴제의 실태

유통 서비스 등 현장업무는 본래취지 부함
주요업무 투입엔 한계.. 일부 서류복사만

최근 경제위기로 고용사정이 악화되자 정부와 민간이 '청년인턴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인턴은 취업이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려워져 짧은 기간에 사회생활을 체험하고 정규직 채용시 혜택을 일부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떨어지고 직무성격도 애매해 운용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줄잇는 인턴 채용=올해 공공기관과 금융권의 인턴 채용 규모는 1만500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정부는 지원 예산을 1591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재계 30대그룹은 물론 중소기업도 청년인턴 채용을 서두르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 9300명, 중소기업 5000명 인턴 채용을 올해 주요사업으로 지정하고 인턴기간 6개월을 비롯해 정규직 전환 후 6개월간 임금 50%(최대 80만원)를 부담키로 했다. 은행권에선 국민은행 850명, 우리은행 2000명, 신한은행 600명, 하나은행 1000명 규모다.

◇"이렇게라도…"=청년 인턴이 곧 정규직 채용을 의미하진 않는다. 하지만 공채 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은 강점이다. 하나은행은 인턴 수료자에 대해 공채시험 때 서류·필기·1차면접 전형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9월에 뽑은 인턴의 90%를 정규사원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현장 직무나 기술력을 요구하는 기관이나 기업에도 인턴은 유익한 제도다. 유통·서비스 등 고객응대 업무가 많은 롯데그룹도 정식 채용을 전제로 인턴을 활용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검침 등 현장업무에 인턴을 투입했다.


자신이 원하는 직무를 미리 경험하고 배울 수 있다는 점은 인턴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 대목이다. KT에선 인턴이 실질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정규직 수습사원과 같은 교육과 직무를 부여한다. 일부 증권사는 금융연수원 연수를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주공은 인턴이 근무기간에 취업박람회 등 취업기회가 보이면 특별휴가를 보내 구직활동을 할 수 있게 한다.

◇"눈치만 보여…"="일거리가 없을 때는 뭘 하나요? 마땅히 할 일이 없어요. 간혹 윗사람이 워드나 액셀작업을 시키고. 특별히 할 일이 없는데 책상에 앉아 있기가 여간 눈치 보이는 게 아니에요. 그래서 시청 홈페이지 구경만 했는데 이제 매뉴얼까지 다 외우겠습니다."(행정인턴 게시판에 오른 글)

인턴제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턴을 경험한 구직자들은 인턴의 주된 업무가 복사·서류·전화응대 등 허드렛일에 그치는 것을 아쉬워한다. 채용기관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인턴에게 비전문적인 일을 맡기는 곳이 대부분이다.

더구나 인턴 채용 숫자는 대폭 확대됐지만 채용보장 등 실질적인 혜택을 보는 사례가 그리 많지 않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인사담당자들은 고충을 토로한다. 금융권의 한 인사담당자는 "아직 대학생이거나 대학을 갓 졸업한 인턴에게 맡길 수 있는 일이 한정돼 있다"며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어차피 인건비 부담이 발생하는 만큼 인턴 대신 정규직 채용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이 목적이라면 인턴 10명보다 신입직원 5명을 뽑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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