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4% 급반등 '버냉키 효과+바닥 기대'

뉴욕=김준형 특파원 | 2009.02.25 06:55

[뉴욕마감]의회 발언, 국유화 우려 진정… 금융주 초강세

미 증시가 '12년래 최저'의 충격을 딛고 급반등했다.

전날 급락에 따른 저가매수세가 확산되고,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증언으로 금융시장 정상화 기대가 살아났다.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에 비해 236.16포인트(3.32%) 상승한 7350.94를 기록했다.
금융주 비중이 높은 S&P500지수는 29.81포인트(4.01%) 오른 773.14로 마감,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나스닥 지수 역시 54.11포인트(3.90%) 올라선 1441.83으로 장을 마쳤다.

경기지표가 걸림돌이 되면서 미 증시는 장초반 방향을 탐색했다.
12월 케이스실러주택가격 지수는 전년동기대비 18.5% 급락하며 사상 최대폭 폭락했다.
컨퍼런스보드가 집계하는 2월 소비자신뢰지수 역시 전달 37.4에서 25로 추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 35를 크게 하회하는 부진한 수치다.

하지만 S&P500지수의 주가수익률이 1985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정도로 최근의 경기침체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인식이 저가매수세를 확산시켰다.

버냉키 FRB 의장이 의회증언을 통해 대형은행들에 대한 국유화 전망을 완화시키고 경기회복에 대한 희망을 불러 일으키면서 오후들어 상승폭이 확대됐다.
홈디포와 메이시 등 일부 소매업체들의 순익이 월가 예상치를 상회했다는 소식도 호재로 작용했다.

◇ 버냉키 발언, 국유화 우려 완화..내년 회복 기대도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발언이 모처럼 위력을 발휘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상원 금융위원회 증언에서 19개 대형은행이 '스트레스 테스트' 대상이며, 우선주 형태로 자금지원을 받을수 있는 기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잠재 부실이 현실화되기 전에는 정부가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기 국유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결코 필요하지 않은 시기(when just isn't necessary)에 은행을 공식 국유화함으로써 은행들의 프랜차이즈 가치를 파괴하고 심각한 법적 불확실성을 초래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정부는 자금지원 대가로 우선주를 받게 되며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산정한 손실이 현실화하기 전까지는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기 전까지는 '국유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는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될 경우 기존주주들의 주식가치를 희석시킬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그럴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may or may not)"며 여지를 남겼다.

그는 미국 경제가 심각한 위축 상황에 놓여 있으며, 금융시스템을 안정화시키지 못할 경우 경기침체가 2010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정부, 의회, FRB가 성공적으로 금융 안정을 환원하는 일부 조치를 취하는데 성공할 경우 현재 경기침체는 2009년에 끝나고 2010년부터 회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올해 안에 경기침체가 끝날수 있다는 희망을 불러 일으켰다.

◇ 은행주 급등, 실적 호전주 가세


버냉키 의장의 발언으로 국유화로 인한 주식가치 희석 우려가 완화되면서 씨티그룹 주가가 21% 급반등한 2.59달러로 마감했다. 씨티와 함께 국유화 우려의 중심에 놓여 있던 뱅크 오브 아메리카 역시 20.7% 상승한 4.72달러를 기록했다.

이밖에 J.P모간 7.7% 골드만 삭스 16% 등 이른바 '스트레스 테스트' 대상이 된 대형 은행주들의 주가 상승이 두드러졌다.

일부 소비관련 대형종목의 실적 발표도 투자심리에 도움이 됐다.

미 최대 백화점 체인 메이시는 4분기 순익이 3억1000만달러(주당 73센트)를 기록, 전년동기 7억5000만달러(주당 1.73달러)에 비해 감소했다고 밝혔다. 1회성 항목을 제외할 경우 순익은 1.06달러로 팩트셋리서치의 집계치 99센트를 상회했다.
주가는 11.8% 급등했다.

가정용품 체인점 홈디포는 지난해 4분기 순익이 주당 19센트로 블룸버그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 주당 15센트를 웃돌면서 주가가 10% 올랐다.

마이크로 소프트가 17% 급등하는 등 어제 하락폭이 컸던 기술주들도 반등을 주도했다.

◇ 유가 동반 상승...달러 엔 대비 급등

미 증시가 급반등하면서 국제유가도 동반 상승, 배럴당 40달러에 다가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추가 감산 가능성도 가세했다.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1.52달러(4%) 상승한 39.96달러를 기록했다.

전날 폭락했던 미 증시가 이날은 일제히 급반등하면서 수요회복 기대가 유가를 상승시켰다.

차킵 칼릴 알제리 에너지장관은 지난 일요일 OPEC 회원국들이 다음달 15일 빈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추가 감산을 결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증시가 급반등하고 일본 경제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달러화가치가 엔화대비 급등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오후 4시8분 현재 엔/달러 환율은 전날에 비해 2.17엔(2.29%) 급등(엔화 급락)한 96.78엔에 거래됐다. 엔/달러 환율이 96엔 이상으로 올라간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엔화가치는 유로 등 다른 주요 통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기록했다.

지난달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가 1986년 이후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일본경제의 급격한 악화가 엔화 약세를 부추겼다.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에 비해 1.46센트(1.14%) 상승(달러가치 하락)한 1.2840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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