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런 AIG가 국유화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 AIG는 2008년 4분기에 600억달러(원화로 91조원) 규모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 정도면 미국에서 가장 큰 보험사인 AIG가 자체 신용으로는 더 이상 보험사업자로서 기능을 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 아울러 미국 금융시스템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국유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참고로 AIG를 이렇게 어렵게 만든 주 요인은 그 유명한 CDS (신용부도스왑)손실 때문이다.
전일에는 씨티그룹 국유화 방안이 보도된 바 있다. 국유화 이유는 뱅크런 방지. 자산 부실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외부 자금조달이 더 이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씨티그룹 국유화에 대한 이슈 부각은 기존 FRB의 유동성지원 프로그램과 논의되었던 배드뱅크가 실패했다는 점을 반증한다. 특히 필자는 이미 투자은행들이(즉 증권사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는 미국에서 가장 큰 은행과 보험사 국유화는 미국식 금융자본주의가 실패했다고 판단한다.
시각을 미국 내에서 미국 밖으로 돌려보자. 아무래도 최근 전 세계 금융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준 뉴스는 동유럽 국가들의 외환 위기이다. 동유럽 국가들이 중요한 이유는 최근 10년 동안 동유럽 국가들이 서유럽 국가들의 자본투자와 생산기지 역할을 해 왔으므로, 동유럽 국가들의 부도 위기는 서유럽 국가들의 경제상황에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거 한국처럼 외환위기에 구원투수 역할을 해야 할 IMF가 자금 부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IMF마저 그 신화가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현재 IMF의 가용 재원은 1,420억달러인데, G20 회의에서 IMF 재원을 5,000억달러까지 늘려야 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제 관심사를 해외에서 국내로 돌려보자. 필자가 우리 경제와 관련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최근 뉴스는 보호무역주의 강화이다. 이는 곧 WTO 체제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음을 뜻한다. 더욱이 큰 걱정은 보호무역주의가 일시적 풍조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유무역주의는 자유로운 상품거래를 통해 교역량을 증가시키고 부를 성장시킨다는 측면에서 보호무역주의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어 왔다. 그런데 문제는 자유무역주의가 배분문제까지 해결하지 못 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미국 등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FTA 자유무역에 대한 근본적 비판이 이미 제기되었던 상황이므로, 이번 경제위기와 맞물려 보호무역주의가 쉽게 퇴색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런데 수출이 GDP(국내총생산)의 42~60%를 차지하는 한국으로서는 자유무역의 상징인 WTO 체제 붕괴가 성장률에 직결될 수 있으므로 걱정이다. 더욱이 최근 각 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우리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반도체, 가전, 자동차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더 큰 걱정이다.
필자가 지금까지 이야기 한 것들을 한 가지로 주제로 나타내면, 1990년대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금융의 헤게모니를 이끌어 왔던 신화 같은 존재들이 하나씩 명멸하고 있으며, 아울러 국제 금융과 무역을 가능케 했던 IMF, WTO 같은 익숙한 기구들이 제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이런 시점에서 주가가 상승해도 얼마나 오를 수 있을까. 코스피지수가 1200까지 상승했던 2월 10일자 본 칼럼에서 필자가 기고했던 것처럼 주식보다 현금이 가장 적절한 투자대상임을 “계속”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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