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증여 후 상속포기자, 상속세 안내도 된다"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 2009.02.24 14:26

헌법재판소 '한정위헌' 결정과 상반된 판결

부친에게 상속세 납세대상인 재산을 물려받은 뒤 나중에 상속을 포기했다면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박모(57)씨가 서광주 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상속세 부과처분 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상속을 포기한 사람이 상속세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상속인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 상속을 포기하지 않은 상속인의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상속포기자가 상속 개시 전 일정기간 내에 재산을 증여받아 그 가액이 상속재산가액에 가산된다 하더라도 이는 상속세 과세가액 산정방식에 관한 규정일 뿐이므로 상속을 포기한 자의 상속세 납세의무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즉, 상속세는 상속포기자의 증여재산까지 포함한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부과하거나 상속재산의 점유비율에 따라 산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판결은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限定違憲)' 결정을 내린 상속세법 18조 1항을 '합헌'으로 판단해 내린 결정으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지난 2001년 국가배상법 사건에 이어 법해석을 놓고 또 다시 충돌했다.

옛 상속세법 제18조 1항은 '상속인은 상속재산 중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의 점유비율에 따라 상속세를 연대해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1998년에 개정된 현행 상속세법 제3조는 '상속인'의 범위에 '민법의 규정에 의해 상속을 포기한 자'를 포함하고 있다.


이와 관련,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0월 해당 법 조항에 대해 "상속 개시 전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상속재산가액에 가산되는 재산을 증여받고 상속을 포기한 자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며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전속하는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의 법률해석에 대법원이나 각급 법원이 구속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명시했다.

한편 박씨 가족은 지난 1993년 11월 사망한 아버지로부터 54억8000여만원의 재산을 상속받았으나 박씨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은 상속을 포기해 납세의무에서 벗어났다.

박씨는 과세당국이 아버지 생전에 재산을 증여받은 뒤 상속을 포기한 자녀들에 대해 상속세 부과처분을 취소, 상속포기를 하지 않은 박씨에게만 11억5000여만원의 상속세를 부과하자 "상속개시 전에 재산을 증여받고 상속을 포기한 자에게 상속세 납부의무가 없다고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과 함께 헌법소원을 냈다.

그러나 1, 2심 재판부는 "상속세납부 책임의 한도가 그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을 넘지 않는 한 상속세납부의무자에 상속을 포기한 자를 포함시키느냐 여부는 입법자의 광범위한 재량에 속한다"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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