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환율별곡'…1달러=1500원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이새누리 기자, 도병욱 기자 | 2009.02.24 08:32

미국·캐나다 적금 깨고 조기 귀국, 인도 등 비달러권은 여유

올들어 주요 통화에 대해 원화 가치가 맥을 못 추면서 해외 유학생 자녀를 둔 가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통화별 원화평가 절하율이 다른 탓에 자녀 유학지별로 표정은 조금씩 다르다.

◇환율에 울고= 미국 뿐 아니라 캐나다·호주·싱가포르 등 달러화 사용국에 자녀를 유학보낸 가계는 울상이다. 두 자녀를 호주 멜버른으로 보낸 A은행의 김모 실장은 매일 원/달러 환율을 액셀로 정리하는 습관이 생겼다. 등록금을 송금하기 가장 좋은 때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그는 3월 등록금 납부 기한이 다가오는데 환율이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아 속이 타들어간다고 했다. 2005년만 해도 600원대 중반이었던 호주달러 환율은 이제 970원을 오르내린다. 처음 아이들을 보냈을 때와 비교하면 50~60% 급등한 수준이다. 김 실장은 "매일 환율을 체크하고 있는데 요즘에는 정말 죽을 지경"이라고 한숨 지었다.

3년 전 두 자녀를 캐나다 밴쿠버에 보낸 B은행의 이모 실장. 당시 800원대 중반이었던 원/캐나다 달러 환율이 이제는 1200원대로 올라섰다. 지난해 2월에는 미 달러 환율과 역전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실장은 "환율 상승세로 인해 '시드머니'(종잣돈)가 줄어들어 유학생 부모의 한계점도 점점 다가오고 있다"며 "오는 6월까지 환율이 안정되지 않으면 유학생들이 대거 귀국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원/달러 송금기준 환율은 1503.5원. 원/캐나다달러는 1206.68원, 원/호주달러는 976.02원으로 각각 고시됐다.

◇환율에 웃고= 또 다른 은행의 Y부장은 사정이 다르다. 고교생 아들을 인도로 보낸 그는 루피화 직접 송금이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현지로 송금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2년 전(939.5달러)에 비해 급등해 원화로 살 수 있는 달러 규모가 그만큼 줄었다. 하지만 1달러로 살 수 있는 루피화는 같은 기간 44.05루피에서 49.71루피로 늘어났다. 달러화 환차손이 루피화로 바꾸면서 일부 줄어든 셈이다.

Y 부장은 "중국 유학생도 달러로 송금을 받아 현지에서 위안화로 바꿔 써야 하는데, 달러에 대해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면서 "이에 비하면 인도 유학 비용이 적게 드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첫째 딸은 한달 전 미국 유학시절 만난 일본인과 결혼했다. 일본 사돈은 결혼 비용에 보태라고 100만엔을 보내왔다. 환율이 100엔당 1500원을 넘어서 적지 않은 정성이 됐다.

◇"돌아오라 말하고 싶지만…."= "미국에 있는 아들이 공부를 더 하고 싶어 해서 차마 말을 못 꺼냅니다." C은행 지점의 환전창구 직원이 전하는 한 유학생 부모의 심경이다. 일부 유학생은 예정보다 빨리 귀국하고 있다고 이 직원은 귀띔했다.

유학을 떠나려는 학생은 물론 송금액 규모도 크게 줄었다. 지금 환전하면 손해라고 판단해 최소한의 자금만 송금하는 이들이 늘어난 때문이다. D은행 직원은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한꺼번에 5000달러에서 1만 달러를 보내는 부모들이 많았었는데, 최근에는 5000달러 이상 송금하는 유학생 부모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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