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마침내 실개입, 지속여부는 불투명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 2009.02.23 15:56

윤증현 장관 취임 후 첫 원/달러 환율 하락

정부가 지난 주 강력한 구두개입을 단행한 데 이어 23일 실개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450원선에서 미세조정을 시도했던 2기 경제팀이 ‘1500원은 물러설 수 없는 환율대’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 셈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개입이 계속될 지는 미지수다. 환율상승이 동유럽발 금융위기 등 외부변수에 따른 일시적인 오버슈팅이라면 지속적 개입을 할 필요가 없고, 중장기적 추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면 굳이 초반부터 실탄을 낭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자칫 1기 경제팀처럼 섣부른 개입으로 외환보유액만 축 내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는데다 개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환율상승을 마냥 방치할 수만 없다는 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

2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7원 하락한 1489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했던 지난 10일 이후 9거래일 연속 상승했던 흐름이 일단 끊긴 셈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주말 유로화와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등 전반적인 달러화 반락이 있었다”며 “그동안 가파르게 오른 것에 대한 조정도 있었고 과도한 쏠림현상에 따른 당국의 시장안정화 조치도 가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국의 개입은 예상이 현실화된 것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환율이 1500원선에 목전에 둔 지난 19일 "그냥 놔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 데 이어 22일에도 다시 “쏠림이 심하거나 투기세력이 개입하고 있다면 좌시할 수 없다”고 이미 시그널을 보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1월말 외환보유액이 2017억 달러로 ‘2000억 달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실탄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한목소리로 ‘2000억원이란 수치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 역시 개입의 신호였다.


기획재정부가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기금을 400억 달러 증가한 1200억 달러로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일 이전인 20일 미리 흘리고 지식경제부가 22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2월 무역수지가 9억3000만 달러 흑자를 냈다고 공개한 것도 개입을 위한 사전 움직임이었다.

2기 경제팀이 외환시장에 보낸 메시지는 ‘1400원대까지는 관망, 1450원대 부근에서는 미세조정, 1500원대’에서는 개입으로 요약된다. 시장에 패를 내 보인 이상 문제는 지금까지가 아니라 앞으로의 대응이다.

정부당국은 여러 요인들 중 동유럽발 금융위기가 가장 근원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외부에서 발생한 문제로 인한 것이므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다는 의미다.

여기에다 당국의 개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환율상승은 동유럽 금융위기로 인한 일시적인 것"이라며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이기 때문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동수 동양종합금융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환율급등은 시중은행의 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해외 투자자들의 냉혹한 평가와 이로 인한 외환시장의 단기적인 패닉에 기인하고 있다"며 "단기적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환율이 위쪽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정부가 흐름을 되돌릴 수 없다"며 무리한 개입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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