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윤증현의 편지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9.02.23 14:44

홈피 통해 재정부 직원들에 보내는 편지 띄워

-'아세안+3 특별재무장관회의' 출국에 앞서

사랑하는 기획재정부 직원 여러분 취임한지 벌써 열흘이 지났습니다.

사실 내정자 시절만해도 "장관이 되면 사무실에 불쑥불쑥 들러 고생하는 직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등을 두드려 '따뜻한 장관'이란 소리를 듣겠다"는 소박한 욕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지난 열흘간 일에 파묻혀지내다보니, 그게 얼마나 큰 욕심인가를 깨닫게됐습니다.

그래도 장관 얼굴을 신문·방송을 통해서나 접하도록 한 점은 참으로 면목이 없습니다.

기획재정부 직원 여러분

주지하다시피 경제살리기라는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을 결집해 재도약의 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기획재정부의 임무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기획재정부 출범 1년을 글로벌 경제위기로 시작된 어두운 터널 안에서 맞고있습니다. 더구나 "이제 겨우 터널의 초입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좀처럼 가시지않으면서, 각 경제주체들은 정부의 진단과 처방만 바라보는 형국입니다.

기획재정부 직원 여러분

이제 겨우 열흘 지났지만, 추락하는 경제지표 앞에서 우리 기획재정부 직원들이 느낄 당혹감을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한세기만에 최고의 위기라는 이 엄청난 과제에서 비켜설 수 있다면, 물러설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을 마음도 이해합니다.

신문 지면에 무심코 등장한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표현이 여러분의 자존심을 얼마나 상하게 했을지도 짐작이 갑니다.

그러나 더 먼저 생각해야할 것이 있습니다. 현장을 돌아다보니 경제살리기와 일자리에 대한 국민들의 염원이 얼마나 큰지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 염원이 클수록 여러분의 어깨도 덩달아 무거워지겠지만, 지금은 책임감의 무게에 불만을 가질 계제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비켜설수도, 물러설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사랑하는 기획재정부 직원 여러분

우리는 출범 1돌을 맞아서 우리 미션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돌아볼 수 있길 기대합니다.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에 두고 일자리 창출, 신용경색 해소, 구조조정, 경제·사회안전망 확대, 경제체질 개선에 주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시대요구에 충실한 자원배분, 거시경제의 안정적 운용, 든든한 나라살림, 합리적인 조세정책, 공공부문 선진화, FTA 등에 힘써야 합니다.

기획재정부 직원 여러분

얼마전 우리부는 조직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해 옛 재경부와 예산처간 융합인사를 단행했습니다. 화학적으로 융합하고, 실국간 벽을 허물고, 비전과 방향을 공유해 진화에 적합한 조직이 되자는 차원입니다.

이런 대내 소통을 바탕으로 '국민·시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기획재정부'라는 평가를 만들어냅시다. 저도 '따뜻한 장관'에서 '믿음직한 재정부'로 욕심을 키우겠습니다.

여러분의 손을 잡고 어깨를 두드릴 형편이 못되다보니 이렇게 편지로나마 제 마음을 전합니다.

가족과 함께 해야 할 주말, 밤 시간을 반납하고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아세안+3 회의, 잘 다녀오겠습니다.

2009.2.20.

윤증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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