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은행 '국유화' 시작?…씨티, '첫타'되나

머니투데이 홍혜영 기자 | 2009.02.23 12:12

美정부, 씨티 지분 40% 매입 보도…옥석가리기 본격화

미 정부가 씨티그룹의 지분율을 높이기 위한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며 대형은행에 대한 국유화 조치가 사실상 단행될 것인지가 주목된다. 이와함께 미 재무부가 이번주 금융권 '스트레스 테스트'에 나섬으로써 '옥석'을 가리기 위한 월가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3일 정부가 씨티그룹의 지분율을 40%까지 끌어올리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크리스토퍼 도드 미 상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주말 은행들의 국유화를 언급한 데 이어 경제석학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국유화가 시장 안정을 위한 유일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 美은행 국유화, 본격화 조짐 = WSJ는 정부와 씨티그룹과의 협상을 보도하면서 "미 정부가 씨티그룹의 보통주 40%를 보유할 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씨티그룹 정부 지분율은 25% 수준으로 우선주로 돼있다. 정부 지분율 확대는 씨티그룹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대형은행들은 국유화 논란을 의식해 "정부 지원이 필요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금융주 폭락에 따라 뱅크런마저 우려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힘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씨티그룹은 20일 주가가 2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18년만의 최저가 기록을 깼다. 미 24개 대형은행으로 구성된 KBW은행지수는 올들어서만 51% 하락했다.

또 오바마 행정부는 금융회사들의 추가 부실 여부와 회생 가능성을 점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이번주에 개시한다. 본격적인 금융권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는 셈이다. CNN머니는 "지난 2개월새 금융당국은 14개 은행을 압류했다"며 "앞으로 파산하는 은행들이 쏟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 '국유화 해야 산다' =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루비니 교수는 23일 WSJ에 기고한 칼럼에서 "일시적으로 은행을 국유화하는 스웨덴식 해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역설적이지만 실용주의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은행 국유화는 시장친화적인 정책"이라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일시적인 국유화를 통해 은행을 정상화한 뒤 다시 민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유화 기간은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추정했다.

루비니 교수에 따르면 정부는 지금까지 7조~9조달러를 금융권에 지원해왔다. 그는 "정부는 이미 금융시스템의 상당 부분을 통제하고 있다"며 "국유화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다음 단계를 밟을 것인가의 문제"라고 말했다.

국유화를 주장하는 또다른 이유로는 대형은행의 부실화를 꼽았다. 그는 "은행이 망하기에 너무 크긴 하지만 이미 망하고 있다"며 "두개의 부실은행을 하나로 합친다고 강한 은행을 기대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술 취한 사람 둘을 각각 똑바로 서있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유했다.

그는 "큰 은행을 원한다면 자산을 3~4개로 쪼개서 3~4개의 지역 혹은 국영은행에 넣어야 한다"며 "그게 강해지는 방법이고, 국유화는 금융권을 전반적으로 강화시켜 줄 유일한 방법"이라고 끝맺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4. 4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5. 5 "노후 위해 부동산 여러 채? 저라면 '여기' 투자"…은퇴 전문가의 조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