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활용 '동산 담보대출' 길 트인다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9.02.23 07:00

최대 100조··재고 담보로 대출받는다

기업들이 재고, 매출채권, 지적재산권 등 동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동산담보제도'가 빠르면 올 상반기 중 시행될 전망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중소기업들이 최대 100조원까지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다. 은행권의 대출한도를 고려해도 20조원 이상 중소기업 대출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22일 "재고, 매출채권, 특허 등을 대출 담보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동산·채권 등에 관한 담보특례법 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미 시안이 마련돼 있기 때문에 빠르면 3월 중 입법예고도 가능하다"면서도 "최대한 빠르게 추진할 예정이지만 추가 연구용역을 의뢰할 경우 다소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3월 중 입법예고가 이뤄질 경우 국회 통과, 시행령 제정 등의 절차를 고려해도 빠르면 상반기 중에는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기업들은 부동산, 일부 공장설비, 선박 항공기 등 운송장비 등을 제외한 자산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 그러나 '동산·채권 등에 관한 담보특례법'이 제정되면 아직 팔지 못한 재고나 사용하지 않은 원자재, 특허 등 지적재산권을 담보로 설정하고 대출을 받는 것이 가능해진다. 미래 현금유입을 보증하는 매출채권이나 장기도입계약 등도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대출 담보로 설정할 부동산이 부족해 자금 운영에 어려움을 겪거나 흑자도산 위험에 처한 중소기업들의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A조선업체가 자금 부족으로 선박을 완성하지 못해 남겨둔 후판이 시가로 10억원 어치일 때 이에 대해 담보인정비율 50%를 적용할 경우 이 업체는 은행으로부터 5억원의 담보대출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1일 발표한 '중소기업 자금조달여건 개선을 위한 등기제도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중소기업의 자산 가운데 47%가 동산과 매출채권으로 구성돼 있다. 27%는 재고와 기계장치로, 20%는 매출채권 등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현재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424조원. 이 가운데 대부분이 부동산을 담보로 발생한 대출이다. 중소기업의 동산과 매출채권 가운데 절반이 담보가능 자산이고, 담보인정비율이 부동산의 절반이라고 가정할 때 약 100조원이 동산담보 대출 가능액으로 추정된다.

담보대출은 신용대출에 비해 위험가중치도 낮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도 신규 대출이 용이하다. 은행의 대출 재원 부족으로 대출이 충분히 늘어날 수 없다면 기업들이 이 같은 동산을 담보로 직접 회사채를 발행할 수도 있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본부장은 "은행들의 대출재원에 한계가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동산담보제가 시행되면 최소 20조원 이상의 신규 기업대출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대기업보다는 담보용 부동산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산담보제도는 미국, 일본, 영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이미 도입돼 있다. 미국에서는 기업대출의 약 40%가 동산을 담보로 이뤄지고 있다. 국제연합(UN) 국제상거래법위원회도 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돕기 위해 입법지침을 통해 이 제도의 도입을 권유하고 있다. 동산담보제도는 지난 2006년 9월 정부가 발표한 '제1단계 기업환경개선대책'에 포함됐으나 2년 이상 진척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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