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외환시장, "1550원도 위험"

머니투데이 박상주 기자 | 2009.02.22 14:20

이번주 원/달러 환율 전망, "국내 달러 부족.. 더 오른다"

-GMㆍ동유럽 리스크.. 국제자본 달러 회수 지속
-역외 환율공격 추측.. 국내 달러 부족 '속수무책'
-외환당국 환 방어 부담 커져.. 상승세 지속 예상

서울외환시장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환율하락 전망을 내놓고 싶어도 그 근거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말 환율 급등세를 뛰어넘는 '원화 수난의 시기'가 이번 주에도 서울외환시장을 뒤덮을 것으로 보인다.

전 주말 원/달러 환율이 9일째 상승해 1506원까지 급등했다. 그러나 이번 주 악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전기고점(지난해 11월24일 종가기준, 1513원)마저 뚫릴 것으로 전망됐다.

22일 서울외환시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세계적인 달러 환수가 내주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역외투기세력의 공격이 원화를 지목한 것으로 보여 원/달러 환율 상승압박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전주 제기된 동유럽 디폴트 위기설이 해소되지 못하면서 이번 주까지 글로벌 달러 강세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동유럽권 국가들에 대규모 투자를 해온 서유럽권 은행들의 부실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유로화 약세가 글로벌 달러 강세로 표현되면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선물환율이 상승압박을 받게 된다. 최근 글로벌 변수에 취약해진 국내 현물환 시장도 이에 따라 환율 상승압박에 시달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제너럴모터스(GM) 파산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번 주 미국의 투자 자본들의 글로벌 달러자금 회수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다우지수가 20일(현지시간) 11년 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과 함께 달러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 증시 불안에 따라 미국과 유럽계 은행들이 지난해 말과 같은 전 세계 달러 자금 환수를 계속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 주 1400원선을 뚫으면서부터 서울외환시장에서는 "역외투기세력들의 환율 공격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해졌다. 역외가 환율 급등의 단초를 제공하면서 지속적인 비드(달러매수)를 내 환율 레벨을 올렸다는 것이다. 역외투기세력들이 동유럽 금융악재를 예상하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에 배팅을 시도하기위해 의도적으로 환율 수준을 급등시켰다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대형 투자은행(IB) 딜러들이 이머징마켓의 달러부터 환수를 시작하고 있다"며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원화가 첫 번째 타깃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외환시장은 역외 환율공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외환시장 내 달러 수급 조정이 안되고 국내 자본시장이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내 외화유동성 불안이 해소되지 못해 환율이 맥없이 상승하지만 외환당국과 국내 시장이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은 "역외가 외환당국이 환방어 나설 것을 계속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당국도 곤궁한 입장이다. 환율 레벨이 너무 높아 환율방어를 위한 외환보유액 소진량이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월별 외환보유액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 월말 전 2거래일(2월26일, 27일)이 4일 가량 남아있어 '외환보유액을 지킬 지', '환율을 내릴지' 결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1998년 외환위기가 외환보유액 부족에서 촉발된 경험이 있어 외환보유액 2000억달러선 붕괴는 외환당국에 큰 부담이 된다. 해외 자본들이 2000억 달러 붕괴를 두고 한국 시장에 대한 신용도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2∼3월 국내 은행의 외화차입 차환율이 100%를 넘은 104%라고 밝혀 외화유동성 상황이 견조하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국내 외은지점의 차입액을 배제한 것이어서 실제 차환율은 이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추론된다.

한 외국계 은행 외환전문가는 "국내 은행보다 외은지점에 돌아오는 외화차입액이 더 클 것"이라며 "외환당국의 발표에 따른 예상보다 3월까지 달러 수요는 더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달러유동성 확보에 안전판 역할을 하는 한미 통화스와프 만기가 10월30일로 연장됐지만 시장의 불안은 여전하다. 외환시장에서는 3월까지 달러 부족이 계속될 경우 한미 통화스와프의 현재 한도를 모두 소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통화스와프 관련 환율 하락효과도 크게 줄었다.

주말 아세안(ASEAN)+3(한중일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이 통화스와프 규모를 기존의 800억달러에서 1200억달러로 확대했지만 확대되는 자금이 위기 시 긴급구제용 통화스와프인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로 평상시인 현재 직접적인 달러유동성 공급에는 효과를 주지 못했다.

근본적으로 국내 외환시장 체력이 약해진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국내 달러 매물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조선업 등 중공업체들이 지난주 발주취소 및 발주연기를 맞고 있어 서울외환시장에서 내다팔 달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환율이 상승하는데도 국내 수출이 급감하고 있어 환율 하락세를 이끌 힘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다음 주 환율 수준 전망에 부담감을 드러냈다. 악재가 이어져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예상되지만 그 수준과 폭이 어떻게 될는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전기고점 1525원(장중 기준)을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입을 모았다.

삼성선물은 "글로벌 달러 강세에 대외 불안 변수가 부담으로 작용해 주중 1470원∼1550원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심리적 저항선이 뚫리면서 상승압박이 집중될 것"이라며 "이번 주 저항선은 1580원선이며 저항레벨 1550원까지 오버슈팅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환율이 다시 급락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또 다른 시중은행 외한딜러는 "지난 9일간 외환시장에서는 거래량이 터지지 않고 비드만 나와 환율이 수직상승했던 것"이라며 "역으로 생각하면 거래량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역외가 환율 하락에 배팅하면 원/달러 환율은 급속히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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