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삭감? "그래도 은행 취업 할래"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09.02.23 07:36
-명문대생, "연봉 삭감돼도 취직만 된다면야…"
-비정규직 텔러에 유학파까지 몰린다
-A은행 텔러 경쟁률 121대 1

#. "연봉 삭감요? 어쩔 수 없죠. 그래도 취직은 해야 하니까. 하도 취직이 어려우니 예전보다 눈이 많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졸업을 1학기 남겨둔 명문대생 A씨는 요즘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이 신입 행원 연봉을 1000만원이나 깎기로 해서다. 시중은행도 곧 뒤따를 거란 얘기도 들린다.

이번 겨울방학에 A씨는 6주짜리 은행 인턴으로 일했다. 졸업 후 은행권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취업에 성공한다면 초임 연봉이 삭감되는 탓에 "6개월 늦게 취직했다는 이유만으로 1000만원 덜 받는 게 말이 되냐"고 우울해 했다.

돈을 적게 준다고 은행 취업을 접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내로라하는 대기업 보다야 덜 받겠지만 "설마 대졸 평균 임금은 되지 않겠냐"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밖에 없다.

솔직히 '임금'보단 '채용인원'에 신경이 더 쓰인다. 그는 "취업을 준비 중인 친구들도 '과연 몇 명이나 뽑을까' 점치면서 채용 공고만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인턴은 늘리지만 정작 정규직 채용을 거의 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불안하다.


예년 같으면 새 학기가 시작될 무렵 은행에서 학교로 찾아와 취업설명회를 여는데 올해는 감감무소식이다. 몇몇 친구들은 아예 취업을 포기하고 대학원으로 진로를 바꾸기도 했다.

#.정규직 채용이 줄자 비정규직 '텔러'에 대한 인기가 치솟고 있다. B은행은 15일까지 50명의 텔러를 모집했는데 6060명이 지원했다. 경쟁률이 무려 121대 1에 달했다. 종전의 40대 1과 비교가 안될 만큼 치열해졌다.

구직자 이력을 봐도 예년과 사뭇 다르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명문대생은 말할 것 없고 유학파까지 지원하는 실정이다. 경기 상황이 워낙 안 좋아 단순히 '허수'라고 단정 짓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텔러는 임금이 정규직의 70% 수준이다. 몇 년이 지나서 정규직 전환이 안되면 은행을 떠나야 하는 탓에 고용도 불안하다. 더구나 B은행의 경우 지역 할당제를 적용해서 뽑기 때문에 지방에서 의무적으로 일해야 한다.

외환은행도 100명의 텔러를 뽑는데 2314명이 지원했다. 지원자가 폭주하자 면접기간을 3일 늘렸다. 인천공항공사에 새로 입점하는 하나은행은 50여명의 환전 텔러를 뽑는다. 1700여명의 지원자 대부분이 어학 실력이 뛰어나다. 해외대학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 경험자가 대부분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상반기 정규직 채용이 거의 없어서 그나마 간간히 뽑고 있는 비정규직 텔러직으로 인재들이 몰리고 있다"면서 "임금 수준이 낮은데 유학파까지 지원을 할 정도로 취업난이 극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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