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해운업계, 살기위한 '다이어트' 매진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 2009.02.21 09:35

사옥이나 자회사 팔아 현금확보 나서, 수익성 없는 사업은 철수

물류회사에 다니고 있는 A씨는 최근 아침 출근 시간을 30분 정도 앞당겼다. 서울 강남 중심지에 있던 본사가 서울 도심 외곽 주택밀집지로 이사한 탓이다.

출근 뿐 아니라 퇴근 시간도 늦어졌지만 A씨를 비롯해 회사 동료들은 큰 불만이 없다. 임대료라도 아껴서 회사 생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출퇴근 시간 조금 늦는 것 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경기에 민감한 산업인 물류·해운업계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몸집 줄이기'에 한창이다. 사옥이나 자회사를 팔아 치우는 방법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물류기업 한솔CSN은 지난 7일 극심한 경기불황 타개책의 일환으로 약 4년여 간 강남구 역삼동 한솔빌딩에 있었던 본사를 송파구 가락동 중앙일보 빌딩으로 옮겼다. 회사 측은 경영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제2도약의 발판을 구축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설명이지만 업계에서는 사무실 임차 비용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고 있다.

회사의 한 관계자도 "현재 마른 수건을 짜내는 심정으로 비용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건물 주인이 바뀌면서 임대료 인상을 과도하게 요구해 경비 절감의 의미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물류업계는 경기 침체로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실적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2007년 세계경기 호황과 함께 13%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물류산업은 물동량 감소로 올해 1%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동부익스프레스(동부건설 물류부문)는 지난해 말 국제택배사업에서 철수했다. 2007년 11월 자신있게 이 시장에 뛰어든지 1년만이다. 경기 침체와 맞물리면서 DHL, 페덱스 등 국제 특송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물량 확보에 실패했다.

동부익스프레스 관계자는 "국제택배 시장에서 외국계 특송업체와의 경쟁에서 큰 수익성을 기대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국내택배 등 좀 더 수익성 높은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세계물동량 축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운업계도 현금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해운은 최근 국제전화·인터넷전화 사업을 위주로 하는 SK텔링크에 SK남산빌딩 내 본사사옥 3개 층(17~19층)을 341억 원에 팔았다. 이번 매매 계약으로 SK해운은 129억8200만 원의 차익을 챙겼다.

SK해운 관계자는 "자산 유동화를 통한 고정자산의 활용 극대화 차원"이라면서 "다른 곳으로 이사는 가지 않고 임대 형식으로 그대로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벌크선(곡물, 철강 등 각종 원자재 수송)영업이 주력인 SK해운 런던법인은 최근 운임료 하락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SK해운에 대해 해외현지법인의 부실과 대규모 선박 투자 등에 따른 재무부담 증가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SK해운은 지난해 12월 런던 현지법인의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해 총 8000만 달러(약 1186억 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이어 운영 자금 용도로 지난달 18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한진해운은 1997년 2월 지분을 인수한 독일 출자 법인인 자회사 세나토 라인(Senator Lines)의 영업을 중단하고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점 등을 고려해 최종 청산 절치를 진행하기로 했다"며 "세나토에 제공한 선박은 회수해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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