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의 희비쌍곡선…'福不福'

이승제 진상현 장시복 기자 | 2009.02.20 15:33

간발의 차로 "휴~" vs "아니 하필이면 왜 내가"

-공공기관 대졸초임 삭감, 엇갈리는 신입의 희비
-삼성전자 "승진해서 좋고, 성과급도 고스란히"
-평생의 꿈 내집마련…계약 다음달 양도세 감면, 으악~

요즘 '복불복(福不福)'이 대세다. '0박0일', '00도전' 등 각종 예능 프로그램은 '복불복 시스템'으로 시청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운이 좋거나 나쁘거나'에 따라 출연자들의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 시청자들은 마치 자신의 일인 듯 웃고 운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경기침체' 속에서 우리는 복불복에 따라 '운명'이 좌우되는 예능인들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머리에서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고, '강짱돌'이나 '은초딩'의 마음을 따라간다.

복불복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복불복이 우리 주변에 드물지 않게 발견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특히 경기침체, 그로 인한 구조조정 시기에 복불복은 많은 이들의 운명을 갈라 놓는다. 슬픈 이들에게는 용기를, 기뻐하는 이들에게는 박수를 보낼 일이다.

지난 1월초 한국은행에 입사한 신입 행원들은 20일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한은이 이날 정부 산하 공공기관과 발맞춰 대졸 신입사원의 초봉을 15~20% 가량 삭감하기로 했지만, 한달반 차이로 적용 대상에서 빠진다. 이미 고용계약을 마쳤고, 노조에도 가입했기 때문. 만약 조금만 늦게 입사했어도 연봉이 3100만원(성과 상여금 제외)에서 2480만~2635만원으로 600만원 가량 줄어들 뻔했다.

금융감독원(30명)과 산업은행(109명)에 몸을 담은 신입사원들도 '억세게' 운 좋은 이들이다. 두 기관 모두 지난해 말 12월에 신입사원을 뽑아 이번 삭감 대상이 아니다. 산은은 오는 하반기와 내년에도 신입사원을 뽑을 예정인데, 이때 들어오는 신입들은 선배를 한없이 부러워하게 됐다.

이에 비해 대부분 공공기관은 아직 대졸 신입을 뽑지 않은 상태로, 이곳에 지원하면 원래 연봉보다 500만~1000만원 가량을 덜 받게 된다. 특히 예금보험공사의 경우 통상 연말에 뽑던 신입사원을 올해 4월 말로 늦췄다.


광물자원공사의 신입사원들은 억장이 무너지고 있다. 이 공사의 신입사원 25명은 다음달초 정식 출근할 예정인데, 삭감된 보수체계를 적용받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졸 초임이 3000만원 가량인데,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 10~15%가 줄어든다. 공사측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삭감 쪽으로 기울고 있다.

올해 전무로 승진한 삼성전자 임원들은 '간발의 차'로 빼앗길 뻔한(?) 1억원에 가까운 성과급을 챙기게 됐다. 대대적인 조직쇄신을 단행한 삼성전자는 지난달 고통 분담 차원에서 전무급 이상은 성과급(초과이익분배금) 전액을, 상무급은 30%를 반납하기로 했다.

초과이익분배금은 지난해 실적을 따져 지급하기 때문에 지난달 말 승진한 임원들은 이전 직급으로 반납 비율을 정한다. 올해 승진한 전무는 상무급 기준에 따라 70%를 건질 수 있고, 신임 상무도 부장급 기준 100%를 모두 받았다. 승진도 하고 성과급도 챙겨 즐거움이 곱절이 됐다.

수십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판교 중대형 아파트 '푸르지오그랑블'에 당첨된 자영업자 김한민(56·가명)씨. 그의 기쁨은 하루짜리였다. 그는 지난 12일 정부 부동산 규제완화 대책을 듣고 입이 떡 벌어졌다. 정부가 이날 이후 계약을 체결한 신축주택(기존 미분양주택)에만 양도세를 감면해주겠다고 발표했기 때문. 김씨는 전날 아파트 계약을 마쳤다.

그는 "단 하루 차이 때문인데, 너무 억울해 잠 못 이룰 정도였다"고 하소연한다. 해당 건설사에 항의했지만 "정부 방침이라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그는 현재 비슷한 처지의 다른 계약자들과 동분서주하고 있다.

건설사들의 분양가 세일로 희비가 교차되고 있다. 최근 들어 건설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몰린 끝에 미분양에 대한 분양가 세일을 벌이면서, 하루차이로 소급 적용을 받지 못한 기존 계약자들이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김포고촌 H아파트 예비입주자연합회는 건설사가 분양가 낮추면서 기존 계약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계약해지 소송을 냈다. 이들은 같은 주택형을 분양받고도 할인된 분양가에 비해 최고 1억원 비싸게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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