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환율 1500원.."위기, 이미 왔다"

머니투데이 박상주 기자 | 2009.02.20 13:42

환율 급등으로 증시 불안 가중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넘어섰다. 지난 10일 이후 9일째 급등세를 이어가며 장기 고점(지난해 11월24일, 1513원)을 돌파할 기세다. 지난해 연말 가까스로 끌어내린 환율이 불과 3개월도 안 돼 원상 복구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을 공황상태에 빠뜨리고 있다.

지난해 연말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환율 급등에도 서울외환시장이 무기력하다는 것이다. 원화자산 가치가 급락, 국내 주식과 자산 가치가 연일 떨어지고 있는데 환율을 내릴 재료가 없다. 환율 상승압박이 계속되니 외국인들이 당분간 국내 증시로 들어오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코스피지수가 3%가까이 급락하고 외국인이 2000억원어치 주식을 팔아 치우고 있다. 그러나 그 흔한 '외환당국의 개입'은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2000억달러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월별 외환보유액 집계에 들어가지 않는 오는 26, 27일(월말일전 2거래일)이 1주일이나 남아있어 환 방어를 하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러시아 등 동유럽권 국가들의 디폴트 우려가 점증되고 있고 여기에 투자한 서유럽 은행들에 대한 부실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다. 유로화 절하가 예상되니 글로벌 달러 강세는 계속되고, 전 세계적으로 달러자금회수 러시가 일어나고 있다. 국내도 글로벌 달러 강세 영향으로 서울외환시장에 연일 달러 매수세가 연일 급증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급등세는 지난 10일 달러/파운드 환율이 급락세로 전환하는 기점에서 시작됐다. 이때부터 유럽계 은행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인 달러 사재기가 본격화 돼 글로벌 달러가 초강세를 보인 것이다. 올해부터 국내 요인보다 국제 요인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변동을 보이는 때에 맞춰 글로벌 달러의 압박이 들어와 환율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외환시장에 든든한 환율 하락압력으로 작용하던 조선 및 중공업체들의 대형 달러매물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 원인에 답해주듯 이날 현대삼호중공은은 14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발주 취소요청을 받았다. 삼성중공업은 2007년 수주, 2012년 7월 발주예정인 컨테이너선 9척에 대한 발주 연기 요청을 받아 내주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주 계약취소에 따라 이들 업체들은 기존의 선물환계약을 중도 해지해야한다. 은행들은 선물환 청산을 위해 달러를 매수해야 할 입장에 놓여 환율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수주가 끊긴 조선사, 불황을 맞은 수출기업들이 분기 실적을 높이기 위해 환율 레벨이 더 오르길 기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3월 위기가 아니라 2월이 위기"라는 의견들을 내놓는다. 2월 국내 달러 매물이 급속하게 줄어들고, 이에 따라 환율이 더 상승할 거란 예상이 고개를 든다는 거다. 역ㆍ내외를 막론하고 환율 1500원이 고점이 아니라고 판단해 달러를 매수하고 그로 인해 환율이 더 오르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지적이다.

'3월 위기설' 핵심은 엔화자금이다. 정부와 통화당국은 어제부터 "이들 엔화자금은 운전자금으로 3월에 빠져나갈 것이 아니다"라며 위기설을 일축시켰다. 그럼에도 환율이 오르니 외환시장에서 '2월 위기설'이 나온다.

2월 위기설의 원인은 엔화가 아니라 국내의 펀드멘털이다. 금융위기 여파가 1월부터 실물경기 침체로 전이된 것이 2월에 터진 거라는 해석이다. 펀드멘탈이 하루아침에 개선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보니 주가와 원화는 동반 급락세를 보이고 시장은 상반기 내도록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2∼3월 단기외채 상환이 걸려있고, 3∼4월 외국인들의 투자 배당금에 따른 역송금 수요가 예상된다. 2월 이후 연이은 악재가 환율 급등세를 지지하고 있지만 여기서 벗어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와중에 돈 많은 교포들의 국내 부동산 구매, 역송금 관련 문의는 급증하고 있다. 외국에 사는 입장에서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그러나 이들이 불안한 국내 증시에 투자할 유인은 별로 없어 2월중 금융시장 안정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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