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된 아파트도 부수라고?

머니위크 이재경 기자 | 2009.02.27 08:01

[머니위크]용산 주민 재산권 위협

"얼마 전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가 남의 일이 아니에요. 지은 지 2년밖에 안된 아파트를 허문다는 동의서를 받겠다고 험악하게 생긴 용역들이 돌아다니고 있어요. 아이들 학교 갔다 오는 길이 제일 무섭죠."

서부이촌동(이촌2동)은 용산국제업무단지 등 용산역세권 개발의 핵심축으로 꼽히며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는 곳이다. 한강에 바로 접하고 있어 용산역세권 내에서도 가장 우수한 한강조망권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주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개발 동의서 작성 때문이다. 시행사측에서 주민들로부터 동의서를 받기 시작한 이후 예전의 화목한 동네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도시개발법상 도시개발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토지 소유자 총수의 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주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1700여가구가 있는 이곳은 860여가구가 동의하면 도시개발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용산국제업무단지 개발을 시행하고 있는 곳은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라는 곳이다.

◆동의서 받으려 갖은 술수 난무

이곳의 한 70대 노인은 동의서를 작성했다. 동의서만 쓰면 3억원을 거져준다고 이해했다.

홍보자료 내용을 꼼꼼히 따져보면 최대 3억원의 이주비를 무이자로 4년간 대출해준다는 내용이다. 물론 3억원을 무이자로 대출받을 수 있는 자격요건을 갖춘 대상자는 많지 않다.

한 주민은 "법적지식이 미숙한 이웃들은 재산권과 생존권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며 "동의서를 쓴 주민과 그렇지 않은 주민들 사이의 반목도 너무나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민들 사이에서 보상 등에 대한 이해도의 차이가 벌어지면서 생기는 문제다.

대림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주민들은 토지보상금이 3.3㎡당 1억원은 된다고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며 "드림허브측에서 코레일이 철도청 부지를 매각하면서 3.3㎡당 7800만원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코레일은 드림허브와 4번 이상의 협상회의를 거쳐 받아낸 것"이라며 "서부이촌동은 공시지가와 주변시세를 통해 보상가격이 책정될 것인데도 드림허브가 그렇게 보상해 줄 것이라고 믿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드림허브는 이사비로 3000만원을 무상으로 제공한다고도 했다. 단 55% 이내 동의자들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이라는 것.

비대위 관계자는 "드림허브는 이미 50% 이상의 주민들에게 동의를 받았다고 하면서도 3000만원을 미끼로 계속 주민들에게 '마감임박'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이 얘기는 지난해 10월부터 했던 것인데 2월 현재까지도 똑같은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주민들에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드림허브 측의 지분쪼개기 의혹마저 일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지분을 쪼개 드림허브에 우호적인 토지소유자 인원을 늘리기 위한 방책으로 보인다"며 "등기소에 확인한 결과 드림허브 측 법무사가 등기변경을 위해 등기소를 수차례 찾아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드림허브 홍보원으로부터 분할 제안을 받았다는 한 주민은 "다 알아서 분할신청하게끔 법무사 비용까지 대준다고 그랬다"며 "드림허브가 입주권을 미끼로 동의서 숫자를 늘리려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이촌동의 한 4층짜리 공동주택의 경우 201호, 202호, 301호, 302호가 모두 1월14일 또는 28일에 지분이 똑같이 10등분됐다.

다만 102호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근저당권이 설정돼 지분분할을 할 수 없는 경우였다.

이에 대해 드림허브 관계자는 "지분쪼개기같은 편법을 쓰지는 않는다"며 "철도청이나 국민연금 등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편법을 쓴 일이 드러나면 공기업이 망가지는 것인데 그런 일을 하겠느냐"고 해명했다.

◆주민들, 헌법소원도 제기

이곳 주민들은 현재의 과도한 개발을 원하지 않는다. 동원아파트의 경우 입주한 지 2년 반밖에 지나지 않았다. 개발을 위해 새 아파트를 철거한다는 게 말이 되냐는 것.

성원아파트는 12년, 대림아파트는 14년이 지났지만 아직 철거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지난 2007년 8월30일 서울시가 이주대책기준일로 발표한 이후 주택거래도 중단됐다.

무엇보다 드림허브에서 동의서를 받겠다며 주민들 사이를 갈라놓고 용역들이 돌아다니면서 동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개발 자체에 대한 회의감에 빠져들고 있다.

한 주민은 "서부이촌동은 용산참사가 빚어지기 바로 전 단계에 있다"며 "드림허브가 받은 동의서만 50%를 넘기면 제2의 용산이 되지 않겠냐는 걱정으로 뜬 눈으로 밤을 지샌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결국 지난 1월 도시개발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도시개발구역지정요건을 토지소유자 2분의 1 동의로 규정한 도시개발법은 결국 반대의 의사를 가진 50%의 재산권을 처분할 수 있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라며 "게다가 찬성한 50%도 이촌동의 경우처럼 법적인 내용을 잘 모르고 그냥 돈 받을 수 있다는 얘기만 듣고 서명한 사례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토지소유자 동의를 절반이 아니라 적어도 3분의 2는 받는 게 맞지 않느냐"며 "현행의 50%는 단지 개발만을 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동의를 받으라는 악법 "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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