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카드' 꺼낸 정부, 구조조정 '속도전'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서명훈 기자, 임동욱 기자 | 2009.02.19 16:00

'구조조정기금' 신속 시장 개입...'위기' 진입 판단한 듯

-캠코 증자로 부실채권 인수여력 확충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과거 외환위기 시절 부실채권매입정리기금 성격이 짙은 '구조조정기금'이라는 '히든카드'를 꺼내들었다.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해 재정·세제 지원도 해주기로 했다. 민간 중심의 구조조정이 신속하고 원활히 진행되게 측면지원을 강화한다는 복안이지만, 경제상황이 예상보다 더욱 심각하다고 판단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다.

◇캠코 증자 통해 '실탄' 확보=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금융권의 부실채권이 늘 수밖에 없다. 정부가 자산관리공사(캠코)에 대한 추가 증자를 통해 부실채권 인수여력을 확충하는 이유다. 캠코의 납입자본금은 현재 6600억원 규모다. 지난 1월 4000억원 증자가 이뤄지기 전에는 2600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금융기관 총여신 1531조원 중 부실채권은 21조원이다. 캠코는 이 가운데 30%인 6조원 이상의 부실채권을 인수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50%의 평균매입률을 고려하면 당장 약 3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법적으로 캠코는 납입자본금의 10배인 6조6000억원까지 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하지만 실제 캠코가 조달할 수 있는 자금여력은 현 자본금의 4배(부채비율 400% 이내 유지) 수준인 2조6000억에 불과하다. 자금시장 상황과 캠코 재무건전성 등을 감안해야 하는 탓이다. 앞으로 부실채권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미 발생한 부실채권을 인수하기에도 부족한 처지다.

금융위 관계자는 "구조조정기금을 대폭 늘리면 캠코 증자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며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기 때문에 증자규모는 구조조정기금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캠코의 자본금 한도를 3조원으로 높이고 1조원 이상 증자하는 방안을 저울질 하고 있다.

◇'구조조정기금' 카드 왜= '구조조정기금'을 신설해 부실채권 매입에 나선다는 것은 이미 캠코의 위기대응 시나리오에 포함됐던 내용이다. 자체 재원조달만으로 한계가 발생하면 꺼내 들 '히든카드'였다. 캠코는 경기침체가 가속돼 부실채권 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할 경우 자본금 추가증자 또는 인수한 부실자산을 담보로 자산담보부증권(ABS)를 발행해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부실 규모가 크고 금융시스템이 붕괴되는 상황이 닥쳐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할 경우, 기존 부실채권정리기금과 구분되는 별도의 기금을 설치해 부실채권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공적자금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의식한 탓인지 "공적자금특별관리법상 구조조정기금은 공적자금이 아니다"며 "향후 경기악화에 따라 나타날 부실기업의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필요한 제도적 장치와 재원을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 보증채권을 발행해 재원을 만들고, 이 과정에서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만큼 사실상 공적자금으로 봐도 무방하다. 당국이 이 카드를 꺼내 든 만큼 현 상황을 본격적인 '위기' 단계에 진입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 관계자는 "구조조정기금은 기존 캠코 회계와 분리해 별도의 계정을 통해 관리된다"며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고 과감하게 부실채권을 매입할 수 있어 신속하고 과감하게 시장에 개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기업에 세제 혜택=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 위한 재정·세제 지원책도 내놨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직후에도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하기 위해 조세특례법상의 세제혜택을 한시적으로 시행한 바 있다.

우선 구조조정 기업이 부동산 등 자산을 매각할 때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를 분할 과세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중소기업이 금융기관의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사업용 토지를 매각할 때도 양도세를 면제해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가 구조조정 대상기업의 주식 혹은 출자지분을 취득 후 매각할 때 양도차익을 50% 감면해주는 방안도 포함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세계적인 경기하강 국면에서 과거와 같은 일시적 구조조정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시켜 나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부실이 현재화된 분야는 구조조정을 신속히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라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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