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정몽구회장 '판매해결사'로 변신

머니투데이 이진우 기자 | 2009.02.20 09:03

해외 돌며 '애로사항' 현장에서 해결..미국·호주 방문 등 강행군 예고

"그 문제만 해결이 되면 판매를 더 늘릴 수 있습니까."
지난 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유럽판매법인. 올해 첫 해외 현장경영에 나선 정몽구 회장이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인력확충 등이 필요하다"는 건의를 받자마자 즉각 이렇게 되물었다.

긴장한 현지 관계자들이 "그렇다"고 답하자, 정 회장은 수행한 사장단에게 "즉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정 회장은 이어진 러시아, 체코, 슬로바키아 방문길에서도 직접 실무자에게까지 애로사항을 물은 뒤 담당 사장들에게 해결책 마련을 주문했다.

정 회장이 말 그대로 '현장 해결형' 글로벌 경영에 나서고 있다. 정 회장은 그러면서도 '판매 확대'란 단서를 달았다. "지원을 해주면 판매를 늘릴 수 있냐", "판매목표 달성이 가능하냐"고 물은 뒤 '당근'을 제시했다.
▲2월초 유럽시장 판매확대를 위해 독일을 찾은 정몽구 회장이 유럽전략 차종으로 개발하고 있는 콘셉트카를 살펴보고 있다.

스스로를 '품질본부장'으로 칭하면서 "세계최고 품질의 차를 만들라"고 다그쳐 온 정 회장이 이번에는 '판매 해결사'를 자청하고 나섰다. "판매 확대만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이 최근 그의 지론이다.

정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생존경쟁의 최우선 과제로 ‘글로벌 판매 확대를 통한 수익 확보’를 제시했다. 정 회장의 이 같은 행보에는 '품질에 대한 자신감'과 '글로벌 경기불황 극복'이라는 두 가지 복선이 깔려 있다.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가 '북미 올해의 차'로 올라설 만큼 품질 면에선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지만 "아무리 차를 잘 만들어도 팔리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유럽 4개국을 단 4박5일만에 돌아보는 '강행군' 속에서 연일 "판매 확대"를 외쳐댄 것도 이 때문이다. 정 회장은 유럽을 다녀온 지 보름여만인 오는 24일 또다시 미국 방문길에 오른다.


정 회장은 3박4일간의 일정 동안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차 조지아 공장 건설 현장 및 LA 현대·기아차 법인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미국은 글로벌 경기침체의 진원지이자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이라는 점에서 그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 회장은 이번 미국 출장길에서도 '판매'에 가장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실직을 당하면 차를 되사주는 '현대 어슈어런스(현대 보장프로그램)' 등 파격 마케팅을 발판으로 연초 '선전'을 펼쳤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정 회장은 미국에서 돌아온 뒤 여독을 채 풀기도 전인 3월 초 이명박 대통령의 호주·뉴질랜드 방문을 수행하는 강행군을 펼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 보잉사의 비즈니스 제트기(BBJ) 737-700기를 전용기로 도입, '오랜 숙원' 하나를 풀었다. 이 전용기는 내부 개조 등의 준비 작업을 거쳐 올 상반기 말이나 하반기부터 운행될 예정이다.

상황에 따라 민간 항공기나 전세기, 헬기 등을 이용하며 스케줄을 조정하고 해외 현지에서도 조금만 일정에 여유가 생기면 회의를 앞당기는 스타일의 정 회장으로선 글로벌 경영에 '날개'를 달게 된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회장은 글로벌 시장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기회만 닿으면 수시로 현장경영을 펼치면서 판매확대를 독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4대그룹 중에서는 삼성과 LG그룹이 전용기를 이미 보유하고 있으며, SK그룹도 전용기 도입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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