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학원에 몰리는 40, 50대 아저씨...왜?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09.02.19 14:46

불황기 신풍속도..인기직종 은행원 가족이 더 괴로워

↑ 한 요리학원 홈페이지에 나온 창업반 종류. 최근 이민 창업반이 늘고 있다.(출처: 한솔요리학원 홈페이지)

'요리학원들 경기불황에 아저씨 특수 누린다'

요리학원에 40~50대 아저씨 수강생들이 넘치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결혼을 앞두거나 자격증을 획득하려는 20~30대 젊은 여성보다 아저씨 수강생들이 늘고 있는 것.

경기가 좋지 않아 '긴축재정'에 들어간 젊은 여성들은 요리학원 대신 각종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레시피를 보며 요리를 배우고 있다. 반면 경기 불황으로 자의건 타의건 퇴직한 40~50대 아저씨들이 창업을 위해 요리학원을 찾고 있다.

이들 중에는 요리를 배워 자신만의 특별한 메뉴를 개발, 음식점을 창업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또 종업원을 줄이고 본인이 직접 주방에서 일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다 보니 요리학원들도 기존 자격증 반 대신 아저씨들을 위한 창업 반을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D요리학원 관계자는 "기존엔 단순히 자격증을 획득하려는 수강생들이 많았지만 요즘엔 창업을 위해 요리를 배우는 나이든 남성들이 상대적으로 늘고 있다"며 "경기불황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이민을 고려하는 중년층들도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민 창업을 준비 중인 김민석(45세, 가명)씨는 "뉴질랜드로 이민 가서 한국 음식점을 운영하려고 지난해부터 요리학원에 다니고 있다"며 "학원에 나처럼 이민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아 솔직히 놀랐다"고 귀띔했다.

이 학원에는 이들 '아저씨 수강생'을 위한 창업반(10명 정원)이 8~9개 정도 운영되고 있다. 1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실물경제로 이어지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이처럼 눈에 띄는 '불황 풍속도'가 그려지고 있다.

불황엔 은행원 가족들도 괴롭다. 늘 실적에 시달리는 은행원들이 그들의 가족을 고객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지만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땐 더욱 심하다. 은행원들은 '아빠는 펀드, 엄마는 보험, 오빠는 카드, 동생은 적금' 등 모든 가족에게 은행에서 판매하는 거의 모든 상품을 팔고 있다.

경기침체로 소득 등 자산이 줄어드는 사람들이 늘면서 은행 고객들이 금융상품 가입을 꺼리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경기가 좋을 때야 손님들이 알아서 창구를 찾지만 요즘처럼 불황일 땐 창구에는 파리만 날린다.

거의 모든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은행원들이기에 상황은 더욱 절박하다. 하나은행 모 지점 직원은 "3년 전 만해도 손님들이 자발적으로 펀드도 가입하고 카드도 신규가입하고 그랬지만 지금은 펀드 손실 항의 고객만 넘쳐난다"며 "지점에서 정한 실적 목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가족들에게 손을 벌린다"고 토로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평소에도 지점 실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직원들의 가족들이 동원되곤 한다"며 "요즘처럼 경기가 냉각되는 시기엔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장교로 제대했다가 하사관 시험을 통해 다시 입대하는 기현상도 늘고 있다. 직업의 안정성 때문에 10여년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군인이 인기 직종이 됐지만 경기 불황 여파로 과거에 없었던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재테크 고수' 이효리 어쩌다…2년 전 산 빌딩 '텅텅' 이유 봤더니[스타&부동산]
  2. 2 "죽은 언니 잊고 딴 여자한테 가" 처제 말에…형부가 한 끔찍한 짓
  3. 3 "강형욱, 훈련사들 존대"…해명 영상 본 반려인이 남긴 경험담
  4. 4 "기절할 정도로 예쁘게"…예비신부 조민이 택한 웨딩드레스는
  5. 5 "225명 전원 사망"…항공기 '공중분해' 미스터리, 22년 전 무슨 일이[뉴스속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