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집단디폴트 카운트다운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9.02.17 19:09

올 만기 단기외채만 4000억달러..만기연장 없으면 디폴트

동유럽 국가들이 집단적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위기에 처하면서 전세계 경제 위기가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서유럽 은행들이 동유럽에 제공한 대출만 1조7400억달러로 이중 대부분이 단기외채여서 외부 수혈이 없으면 디폴트는 불가피하다.

헝가리,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의 화폐 가치도 급락하면서 위험 요인을 더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레프는 동유럽 국가들의 국가 부도 위기가 제대로 다뤄지지 못할 경우 서유럽 국가들의 가뜩이나 취약한 금융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동유럽 국가들이 자금 지원을 제때 받지 못해 연쇄 붕괴될 경우 이들에 대해 많은 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서유럽 국가들의 금융권이 괴멸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

유럽 국가 가운데서도 동유럽 위험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곳은 오스트리아다. 조세프 프롤 오스트리아 재무장관은 지난주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담에서 동유럽 국가들에게 1500억 유로를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피어 슈타인브루엑 독일 재무장관은 이 같은 제안이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가 아니라며 단도직입적으로 거절했다.

현재 오스트리아 은행들은 동유럽 국가에 총 2300억유로 규모 대출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오스트리아 국내총생산(GDP)의 70%에 달한다.

오스트리아 언론인 델스탠다드는 "2300억유로 대출 가운데 10%가 채무불이행 상태가 될 경우 오스트리아 금융 부문은 붕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불행히도 이 같은 사태는 지금 막 발생하려하고 있다.

유럽부흥은행(EBRD)는 동유럽의 부실채권 비율이 10%를 넘어섰으며, 20%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델스탠다드는 뱅크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유니크레디트가 "동유럽에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스티븐 젠 모간스탠리 외환 분석 책임자는 "동유럽 국가들의 해외 부채가 1조7000억달러에 달하며, 대부분이 단기 자금"이라며 "동유럽 국가들이 올해 안으로 갚거나 만기를 연장해야할 금액은 이들 국가들 GDP의 3분의 1인 4000억달러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서유럽 은행들의 동유럽 대출은 현재 1조7400억달러로 추산된다. 1조달러는 외환 대출, 7000억달러는 자회사들을 통한 자국 화폐 대출로 구성돼 있다.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대출은 주로 오스트리아, 스웨덴, 그리스, 이탈리아, 벨기에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다. 유럽은 이머징 국가들의 대한 대출 포트폴리오 4조9000억달러 가운데 74%나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동유럽 국가들의 대출 상환이 어려워질 경우 서유럽 은행들의 부실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에릭 벨그로프 EBR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동유럽 국가들이 파산을 모면하려면 4000억 유로 자금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자금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헝가리, 우크라이나, 라트비아, 벨로루시, 아이슬란드, 파키스탄, 터키 등에 대해 자금을 지원했기 때문에 2000억달러에 달하는 보유고를 대부분 소진했다. 이에 따라 추가 대출 여력은 부족하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라트비아, 헝가리,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이외 동유럽 국가들도 자금 지원 요청을 해오고 있다"면서 추가 자금 필요성을 언급했다. 일본은 추가로 2000억달러 자금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상황이다.

이에 더해 도이치방크는 동유럽 국가들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9%로 제시했다. 동유럽 국가들은 현재 전방위적인 위기에 직면했다.

동유럽 국가들의 국가부도 위기가 고조되면서 이들 국가들의 화폐 가치 역시 폭락하고 있다. 헝가리의 포린트화는 지난 16일 사상 최저로 급락했고, 폴란드의 즈로티화는 5년래 최저치로 추락했다. 즈로티화는 지난해 8월 이후 유로에 대해 40% 폭락했다.

이들 국가들의 위기 고조는 독일 채권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독일의 5년만기 채권의 크레딧디폴트스왑(CDS)은 사상최대폭인 70bp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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