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에쿠스' 벤츠·렉서스와 비교시승 해보니

화성(경기)=최석환 기자 | 2009.02.17 16:29

확 달라진 외관-고급스런 내부‥민첩한 주행에 안정감 확보

확실히 달랐다. 17일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신형 '에쿠스'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랜더링 이미지로만 떠올렸던 '에쿠스'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럭셔리 대형세단의 대명사인 벤츠나 BMW, 렉서스를 겨냥했다는 현대차의 자신감이 공염불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17일 처음 공개된 신형 에쿠스. 현대자동차는 보안을 위해 차체 전체 사진은 공개하지 않았다.

◇ 확 달라진 외관-고급스런 내부 = 브랜드명은 '에쿠스'를 계승했지만 기존 '에쿠스'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쭉 뻗은 바디라인을 타고 흐르는 부드러운 외관은 예전 에쿠스의 딱딱하고 각진 이미지와 분명히 차별화를 이뤄냈다. 전면은 강인해보이지만 후드에서부터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까지 이어지는 선은 역시나 매끄럽게 떨어진다.

측면을 보니 휠 주변을 감싸 흐르는 캐릭터라인이 매우 인상적이다. 아웃사이드 미러에는 자동차 열쇠를 갖고 차량에 접근하면 자동으로 불이 밝혀지는 퍼들램프가 들어가 있다.

뒷모습에선 무게감이 느껴진다. 독특한 디자인의 리어램프는 휠을 감싸는 캐릭터라인에서 자연스럽게 연결, 트렁크리드 라인까지 부드럽게 이어진다. 범퍼 일체형의 '테일트림'은 고급스러움을 더했으며, 곳곳에 들어간 강렬한 포인트가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디자인을 멋스럽게 살렸다.

내부 인테리어도 비교적 깔끔했다. 운전석은 심플했으며 기능 버튼들도 운전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치됐다. 리얼우드와 리얼알미늄 등이 고급스런 느낌을 더했다. 핸들을 잡고 시동을 켜니 클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TFT-LCD를 사용해서 그런지 그래픽들이 경쾌했다.

◇ 신기술 무장‥민첩한 주행에 안정감까지 = 벨트를 매고 변속기를 D에 놓은 뒤 엑셀을 밟으니 4.6리터급 타우엔진의 힘이 그대로 전해왔다. 소음이 거의 없어 부드럽게 느껴지지만 이내 가속이 더해지면서 민첩하게 튀어 나간다. 후륜구동의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해서 그런지 변속충격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시속 40km를 넘어서자 벨트가 살짝 당겨지면서 타이트해진다. 프리 세이프티 시트벨트 시스템 때문이다. 국내 최초로 선보인 이 시스템은 차량의 움직임과 위험상황 등을 사전에 인지, 벨트를 되감아 승객을 보호하는 첨단 신기술이다.

지그재그로 가는 슬라럼 코스와 원 선회 코스에서 느껴지는 무리 없는 주행감이 돋보인다. 코너링 할 때 쏠림은 견딜만하고 미끄러짐도 거의 없다. 즉각 반응이 이뤄지는 핸들링은 안정감을 확보해준다.

특이할만한 기술은 또 있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핸들을 약간 꺾어 차선을 밟자, 바로 차량에 경고음이 울린다. 클러스터에도 경고 표시가 뜬다. 2~3초 정도 지나자 경고음의 빠르기가 빨라지고, 시트 벨트가 떨리면서 위험상황을 알려준다.

'고속주회로'에서 느낀 주행감은 색달랐다. 속도계가 240km/h까지 올라갔지만 믿지 못할 만큼 조용하고 흔들림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고연비 구현에 신경 쓴 탓인지 엑셀을 밟은 후 100km/h까지 가속되는 시간은 다소 더디게 느껴졌다.


뒷좌석 시승도 이어졌다. 신형 에쿠스는 주로 직접 운전하지 않는 고객들이 타는 만큼 뒷좌석에 직접 타봐야 한다는 현대차의 권유로 마련된 것이다.

실제로 항공기의 퍼스트나 비지니스 좌석을 연상할 만큼 넓은 공간이 인상적이었다. 8개의 공기주머니와 1개의 바이브레이터가 허리와 등을 풀어주는 마사지기능도 눈에 띄었다.
↑비교시승을 위해 벤츠 및 렉서스와 나란히 서있는 신형 에쿠스

◇ 벤츠·렉서스 못지않다? = 곧바로 비교 시승도 이뤄졌다. 에쿠스가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민 모델은 플래그십 세단의 최고모델로 평가받는 벤츠 'S500L'과 렉서스 'LS460L'.

'S500L'은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동급 최고의 파워를 자랑하는 신형 5.5ℓ V8 엔진 때문인지 부드럽게 속도가 붙는가 싶더니 이내 폭발적인 가속력을 보여준다. 슬라럼 코스와 원 선회 코스에서도 자연스럽게 미끄러져 가는 느낌을 받았다. 묵직한 차체에서 오는 안정감은 운전자에게 신뢰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벤츠 S500L

'LS460L'도 마찬가지다. 서서히 떠오르는 잠수함같이 안정된 느낌 속에서 가속이 진행된다. 노면에 붙어가는 듯하다. 여기에 진동과 소음이 거의 없는 렉서스의 정숙함이 그대로 배어있다.
↑렉서스 LS460L

중요한건 '에쿠스'의 주행감이 두 모델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감한 운전자가 아니라면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어떻게 보면 벤츠와 렉서스의 장점을 두루 갖추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결국 귀결되는 문제는 정체성이 아닐까싶다. 기술의 진보로 세계적인 명차에 가까운 차를 만들어내곤 있지만 '현대차'하면 떠오르는 '무엇(정체성)'을 보여주기엔 아직 이른 감이 없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에쿠스'는 현대차가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거둔 작은 '성공'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이날 시승을 도와준 '전문 드라이버'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짧은 시간 안에 벤츠와 렉서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자동차를 만들어낸 것은 정말 놀랍다"며 "에쿠스를 직접 타보면 그런 자부심은 더 커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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