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10년 불황 이겨낼 '선제적 현금 확보'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9.02.18 12:26

[위기관리 경영]필요시 알짜기업도 매각..포트폴리오 재편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비해 두산그룹이 선택한 전략은 '선제적 현금 확보'다. 그것도 회사채를 발행해 돈을 미리 꾸어오는 것이 아니라 주요 자산을 매각하는 것이 핵심이다.

테크팩, 주류 부문 매각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들어온 현금은 나중에 갚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위기가 아무리 장기화돼도 버틸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두산그룹은 "나에게 '걸레'면 남에게도 '걸레'"라는 박용성 회장의 말에 따라 알짜기업까지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팔아치우고 있다.

그 첫번째 사례가 테크팩 사업이다. 세계적인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전세계가 신용위기, 경제위기 공포에 휩싸인 지난해 11월 이전부터 두산그룹은 테크팩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이 덕분에 작년 11월에는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테크팩 사업부문의 지분 100%를 4000억원에 매각할 수 있다.

그룹의 성장을 이끌어온 주류 사업도 두산그룹은 위기 대응을 위해 포기했다. 두산은 지난 1월6일 롯데주류 비즈니스그룹(BG)에 5030억원을 받고 주류사업 부문을 매각했다. 두산그룹은 이를 통해 3203억원의 매각이익을 올렸을 뿐 아니라 입금된 현금을 활용해 차입금을 갚고 새로운 사업기회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또 두산엔진은 지난해 12월 보유 중이던 STX 주식 250만주를 시장에서 매각했다. 이 역시 위기에 대비해 미리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해두기 위함이었다.


두산그룹은 1996년에도 과감한 사업 부문 매각을 통한 선제적 현금확보로 외환위기를 순탄하게 넘어간 경험이 있다. 한국네슬레, 한국3M, 한국코닥 등이 그 당시 매각된 사업들이다.

이후 이 기업들을 매각한 자금을 바탕으로 2000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2003년 고려산업개발(현 두산건설), 2005년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를 차례로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위기를 오히려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의 계기로 활용한 셈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글로벌그룹으로 도약한 배경에는 1990년대 중반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고 있을 때 미리 위기를 대비한 선견지명과 전략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적이 악화된 뒤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은 실패할 경우 회사가 큰 위기에 빠지지만, 선제적 유동성 확보는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며 "1990년대 후반에 이어 이번에도 사전적 현금 확보를 통해 안정성과 성장성을 더욱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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