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대출 '만기연장' 제효과 보려면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서명훈 기자, 이새누리 기자 | 2009.02.16 17:18

도덕적 해이 방지, 옥석 구분해 지원해야

-'보증전액 만기연장' 이은 고강도 대책
-은행권 평균 만기연장률 90%..추가 부담 적을 듯


금융당국과 은행이 무보증 중소기업 대출에도 '전액 만기연장' 카드를 꺼냈다. 지난 12일 '대출금 전액 보증'과 '보증전액 만기연장'에 이은 두 번째 조치로, 외환위기 때도 나오지 않았던 고강도 처방이다.

금융당국과 은행이 전향적인 중소기업 지원에 나선 것은 실물경기 침체 속도가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판단한 탓이다. 특단의 대책이 아니고서는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방증이다.

◇만기연장 카드 왜 나왔나= 무엇보다 경기침체로 중소기업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탓이다. 현재 상황을 방치하면 중소기업들이 연쇄 도산할 수 있고, 이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 등으로 은행권 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 1월 2.36%로 4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불과 한 달 만에 0.66%포인트 상승했다. 금액으로 보면 3조4000억원이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만기가 1년 연장되면 중기들은 자구계획을 세울 시간을 벌 수 있어 은행권도 '밑질 게 없다'는 현실적 계산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을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도 은행의 결단을 이끌어냈다는 추론이다. 정부가 재정을 풀어 보증을 대폭 확대하는 상황에 두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는 것.

금융계 한 고위 인사는 "이번 조치가 없었다면 일선 창구에서는 중소기업이 보증 만기연장을 해 왔는데 대출 만기연장이 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라며 "은행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 확산돼서는 은행업 자체가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부담감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예컨대 70% 보증을 받아 100억원 대출을 받은 중소기업의 경우 70억원에 대해서는 보증 만기가 연장되지만 나머지 30억원은 은행 판단에 따라 만기연장 여부가 달라질 수 있었다는 말이다.


◇은행 추가 부담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만기 연장률은 평균 90%에 달한다. 수출 및 녹색기업의 경우 정부가 보증률을 100%로 끌어올린 상태다.

결국 무보증 대출을 전액 만기연장해줘도 은행 부담률은 5%포인트 정도 증가하는데 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은행권의 부담 폭은 금융당국이 조만간 내놓을 세부적인 대출연장 지침에 따라 구체화될 전망이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중소기업 대출 부실과 관련한 충당금 부담이 얼마나 될지 따져봐야 한다"면서도 "지난해 쌓은 충당금이 상당하고 중소기업 지원액이 모두 부실화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은행권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기업 구조조정에 제동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는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위기를 계기로 부실기업은 떨쳐내야 시장체질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다 살리자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 올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효과 제대로 보려면= 이번 조치로 신규자금 지원만큼의 효과는 아니지만,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숨통은 트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기 터에 실제 효과가 얼마나 될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어려움 업체들이 많은데 구조조정으로 정리를 해야 하는데 만기 연장으로 연명하면 나중에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며 "중소기업 자금난이 당분간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 것일 뿐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 은행권에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도덕적 해이 방지는 물론 경기 후방효과를 보려면 대출 만기연장 대상 기업을 철저히 선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회생 가능성이 없는 중소기업에 자금이 돌아가면 돈은 풀리지 않고 기업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반면 우량하고 활동이 왕성한 기업에 들어가면 이윤을 통해 원자재 업체나 거래업체, 직원들에게 자금이 확산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시중은행 연구소 관계자는 "우량 중소기업을 얼마나 잘 골라서 지원해주느냐가 이번 대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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