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이상 대세상승 '큰 장' 온다"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 2009.02.14 18:30

[전문가에게 듣는다⑤]송기석 메릴린치證 전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절반만 성공했다."
송기석(사진)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 리서치헤드(전무)는 13일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이후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내려 국고채와 은행채 CD 등이 동반 하락한 것은 긍정적인 성과"라고 평가하면서도 "저금리에도 기업이나 증시로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것은 금리정책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같이 평가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2.50%에서 2.00% 0.50%포인트 내렸다. 지난해 8월 5.25%에서 6개월만에 2.25%포인트 내린 셈이다.

송 전무는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지만 500조가 넘는 부동자금이 주식이나 회사채 시장으로 유입되지 않는 것은 금리인하로 해결할 수 없는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자금이 필요한 기업이나 증시로 부동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향후 생존을 장담하기 힘든 한계기업을 퇴출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업문제가 경제적인 이슈를 넘어 정치사회적인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어 구조조정이 쉽지 않지만 한계기업 처리가 지연될수록 한국경제와 자본시장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보이는 손'이 시장 불확실성 해결해야"

이런 맥락에서 송 전무는 정부가 보다 과감히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장이 작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보이는 손'인 정부가 십자가를 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미국정부가 부실 금융회사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주주나 채권자들에게도 경영실패 책임을 전가한 사례를 참고하라고 조언했다. "좋은 게 좋다"는 식의 구조조정은 안 된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지역정서와 유권자표 등을 의식해서는 시장의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송 전무의 판단이다. 보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여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회생가능성이 없는 기업에 천문학적 세금을 쏟아 붓는 것보다 낫다는 설명이다.

그는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않으면 한국증시의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경고했다. 반면 구조조정이 제대로 진행될 경우 2010년 선진국 경기회복과 맞물리면서 올 4분기부터 국내증시가 상승추세로 전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하반기 상승은 일시적인 반등이 아니라 적어도 2년 이상 지속가능한 '큰 장'이라고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지난해 1월부터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의 리서치 헤드를 맡고 있는 송 전무는 한국은행 조사부와 국제부 등에서 근무한 은행업종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후 미국 콜롬비아 대학에서 MBA를 취득했다. 다음은 송 전무와 일문일답.

- 외인들이 나흘연속 6400억원을 순매도했다. 아직 연초이후 1조2293원을 순매수하고 있지만 매수추세에 대한 시장의 확신은 부족하다.
▶ 맞는 얘기다. 외인들이 올 들어 순매수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증시 상승에 베팅했다고 해석하기 곤란하다. 개인적으로 방향성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포트폴리오 재조정의 결과라고 본다. 외인들은 2007년과 2008년 2년 연속 58조310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 결과 한국증시 비중이 벤치마크 대비 낮아졌다. 올 들어 과도한 비중축소를 만회하기 위해 한국증시를 사들이고 있다.

특히 대만 IT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해 대만증시 대신 한국주식을 매수한다. 얼마나 더 살지는 불확실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증시의 상승에 투자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은 외인들이 지수영향력이 큰 대형주를 집중매수하고 있고 매수한 종목의 매매회전율이 매우 높은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수보다 높게 상승할 경우 초과수익을 실현하고 상승률이 낮은 종목을 사들이는 등 순환매가 빈번하다.

- 그러면 외인들이 한국주식을 본격적으로 다시 사는 시기는 언제인가
▶ OECD 선행지수가 바닥권을 탈출하는 시점이다. 한국경제는 대외 수출의존도가 높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경제가 회복돼야 수출이 증가한다. 물론 최대수출국은 중국 등 신흥시장이지만 중국도 선진국의존도가 높아 궁극적으로 한국경제 회복은 선진국 경제에 달렸다. 이같은 경제구조상 코스피 지수도 OECD 선행지수와 밀접하게 움직인다. 외인들이 한국주식을 다시 사기 시작한다면 OECD 선행지수가 바닥권을 벗어나는 시점이 될 것이다.

◆ "신한지주ㆍ 하나지주 등은 프리미엄 받아야"

- 지난주 금융지주사(은행)들이 실적을 발표했다. 대규모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실적이 부진했다. 이같은 실적부진은 현주가에 반영됐는가.
▶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경험하면서 시장이 은행주들에 대해 과잉반응하고 있다. 이번 실물경기 침체로 은행 자산건전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과도하게 확산됐다.

조선ㆍ건설사 구조조정과 가계ㆍ자영업자, 신용카드 등 자산건전성을 악화시킬 악재들이 산재해 있다. 쌍용차에 이은 대우GM 등 대형 제조업체의 부실우려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은행주들은 이같은 우려감을 이미 반영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PBR(주가순자산배율)은 0.4~0.6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일부 종목은 기업가치에 비해 할인폭이 너무 크다. 리스크 관리능력이 뛰어나고 중소업체와 자영업체에 대한 대출증가율이 줄어든 은행들은 재평가 받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신한지주와 하나지주는 재평가대상이다.

-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전세계 중앙은행이 거의 무제한적으로 통화를 공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중에 풀인 천문학적 자금이 결국 '하이퍼 인플레이션'를 유발할 것으로 우려한다.
▶금융업 애널리스트로서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지금은 돈이 돌지 않아 문제되지 않지만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일 때’가 되면 사정이 달라질 것이다. 돈이 돌기 시작하면 화폐공급 증가에 따른 인플레는 불가피하다. 경제에 '공짜 점심'은 없으니 통화량 대량공급에 따른 비용은 반드시 지불할 것이다.

다만 그 시기가 문제다. 글로벌 실물경기가 바닥을 찍고 신용확장 국면에 다시 진입해야 하이퍼 인플레가 현실적인 문제로 부각한다. 이같은 상황이 오려면 아무리 빨라야 4년은 걸린다고 본다. 4년후의 경제현상을 우려하기에는 발등의 불이 너무 시급하다. 하지만 하이퍼 인플레를 인식하고 있는 통화당국은 어깨가 상당히 무거울 것이다.

◆ "'매도'보고서에 대한 부당한 평가 안타깝다"

- 한국기업들이 원화약세 때문에 글로벌 마켓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할 수 있다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된다.
▶ IT 자동차 조선 철강업종의 선두주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들은 재무구조나 기술력 마케팅 브랜드파워 등에서 일본 미국 등 선진국 업체와 대등한 수준에서 경쟁하고 있다. 최근 원화약세로 가격경쟁력까지 덤으로 확보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원화약세는 국내기업에 더할 수 없는 원군이다.

하지만 원화약세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올 연말쯤 저평가된 원화가 적정가치로 회복할 것으로 본다. 원화가치 상승으로 국내제품의 환율수혜는 없어진다. 하지만 환율수혜가 없어져도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포스코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권을 유지할 수 있다.

- 8000억달러 규모의 금융구제안이 의회를 통과했지만 미국증시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미 정부의 구체방안에 대해 시장의 신뢰가 부족한가.
▶ 지난 외환위기 당시에도 당초 예상보다 많은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미국도 금융위기 대책을 서너 차례 수정했다. 그만큼 금융부실을 정확히 산출하기 어렵고 단기간에 금융위기가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국 증시도 이같은 특징을 잘 알고 있어 매번 다르게 반응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의 금융구제방안과 실물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과 추가 금융위기 두려움이 교대로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다. 하지만 올 4분기이후 미국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한다는 낙관론을 갖고 있다.

- 외국계 증권사가 헤지펀드의 공매도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 ‘매도’ 보고서를 발간한다는 주장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 한마디로 언급할 가치가 없는 얘기다. 증권사와 펀드 관계를 조금만 이해해도 이같은 주장은 나올 수 없다. 외국의 대형 연기금이나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메릴린치 등 증권사 보고서를 보고 투자하는 아마추어들이 아니다. 그들은 특정 증권사의 의견에 따라 매도할 만큼 능력이 부족하지 않다. 자신의 판단과 전략에 따라 매매하고 특정 증권사의 보고서는 여러 참고사항중 하나일 뿐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특정 증권사의 보고서가 공매도를 뒷받침하기 위해 악용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 메릴린치가 꼽은 올해 유망종목은.
▶ 메릴린치는 올해 한국증시에 대해 긍정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상반기 좀 길게 보면 3분까지는 박스권(1000~1200)에서 움직이지만 4분기이후부터 상승추세로 전환할 것을 예상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선진국 실물경기가 2010년부터 본격 회복한다고 본다면 한국증시는 빠르면 3분기, 늦어도 4분기부터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다.

4분기 한국증시가 반전한다면 상당기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글로벌 실물경기가 10분기 이상 하락했기 때문에 회복과 확장국면도 2년이상 지속될 수 있다. 이같은 실물경기 회복에 힘입어 한국증시도 앞으로 2년이상 상승세를 이어간다. 이같은 큰 그림에 맞춰 올 상반기에는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LG텔레콤 아모레퍼시픽 한미약품 현대모비스 등을 추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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