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보다 월급 많은 이유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 2009.02.13 08:50

[은행 대졸초임 4316만원](상)

금융노조 입김 막강..임금체계도 문제

은행권은 "기형적인 고임금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은행원 급여는 규모나 경쟁력이 뛰어난 해외 금융기관보다 높을 뿐 아니라, 유형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기업들과도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예컨대 2007년 국민은행의 1인당 연간 급여는 남직원 8540만원, 여직원 5600만원이며 전체로는 7230만원이었다. 반면 세계 1위 기업으로 자리잡은 삼성전자는 남직원 7220만원, 여직원 3950만원 전체 6020만원으로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하지만 은행들은 임금을 낮추려 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속사정이 있다고 토로한다. 우선 금융노조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진 탓에 임금 탄력성이 훼손됐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권은 외환위기 및 신용위기를 겪으면서 큰 폭의 인력감축을 했다.

상업, 한일, 조흥, 서울 등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시중은행 뿐 아니라 보험, 카드업계에서도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반대급부로 금융산업 노동조합으로 힘이 몰렸고, 이후 임금단체협약 등에서 노조의 권한이 막강해졌다.

외환위기 후 10년이 흘렀지만 금융노조가 갖고 있는 힘은 그대로라는 게 은행 경영진의 시각이다. 2008년 금융권 임금단체협상이 올 1월에야 타결된 것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노조의 무리수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적잖다.


시중은행 노조 관계자는 "금융노조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는데도 임금 등 각종 협상 권한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발이 많았다"며 "기형적인 임금구조를 바로잡으려면 은행과 금융노조의 역학관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은행이 유지해 온 임금체계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일례로 상박하후(上薄下厚) 형태의 임금체제를 들 수 있다. 유능한 인재를 뽑기 위해 신입행원 연봉을 높게 책정하는 바람에 초임은 높으나 부행장 등 임원급으로 가면 일반 기업보다 임금이 낮아지는 형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입 행원 연봉을 낮추면 전체 직원들의 급여체계를 뜯어고쳐야 하는데, 이 작업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상당수가 호봉제를 채택하는 것도 임금 체계를 경직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도 일반 기업처럼 직급에 따라 임금이 계단식으로 상승하는 구조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일시적인 개선보다는 여론을 수렴, 장기계획을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은행 영업직원들의 업무추진비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기업들은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지원하는 영업비용이 상당하지만, 은행들은 은행원 본인의 급여로 이를 충당하는 게 관행화했다는 것이다. 은행원들은 특성상 높은 품격과 엄격한 이미지 관리를 요구받는다. 흰색 와이셔츠와 넥타이 등 복장만이 아니다. 거래기업 담당자 등과 식사, 혹은 술자리에서 계산은 대부분 은행원들이 맡는다. 은행 내부적으로도 접대 받는 걸 금지하는 규칙이 있다.

지점이나 부서차원 업무추진비가 있으나 일정 직급이 아니면 쓰기 힘들다는 전언이다. 일반 기업보다 배정된 금액이 크게 적어서다. 영업도 예전보다 어려워졌다. 외환위기, 신용위기를 겪은 기업들이 차입을 줄이면서 이제는 지점장들이 기업체를 찾아다니며 대출영업을 뛰는 경우가 많다. 일부 기업은 자금부서 출입문에 '은행 지점장 출입금지'라고 써 붙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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