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개미'의 용기가 걱정스런 이유

머니투데이 황숙혜 기자 | 2009.02.13 08:17

선진국 증시와의 장기적 차별화 기대 어려워

"안타까울 따름이죠. 늘 이런 식이라니까요."

옵션 만기일 썰물처럼 터져나오는 프로그램 매물을 소화해 낸 개인을 두고 한 애널리스트가 한 얘기다. 박스권 하단에서 사고 상단에서 파는 단기 트레이딩으로 '똑똑해졌다'는 평가를 얻기도 했던 개인이 저항선에서 공격적으로 사들이자 또 상투를 잡은 것이 분명하다는 의미가 깔려 있다. 단적인 예로, 삼성전자 주가가 50만원을 밑돌 때는 못 사더니 넘어서자 사들이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개인의 판단이 늘 틀리란 법은 없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대전제에 흔들림이 없고, 밸류에이션을 보더라도 '식욕'을 드러낼 때는 아니라는 것. 주가 버팀목이 되어준 것이 사실이지만 이와 별개로 '또 상투'라는 안타까움과 우려가 묻어난다.

외국인 매수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셀 코리아'가 종료됐다는 기대와 중국에 기대 선진국 증시와 탈동조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개미에게 용기를 심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디커플링이라고 하기에 무리가 있지만) 선진국 증시와의 차별화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믿기는 어렵다. 그들의 경기 침체가 단시일 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닌데다 중국 수출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한국 수출에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발표된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월가 전망치를 웃돌았고, 고용 악화는 결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히게 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1월 소비자신뢰지수가 37.7로 저점을 갈아치웠고, 저가 물품과 생필품을 판매하는 할인점 판매 이외에 백화점과 무점포 판매가 감소하는 등 미국의 소매경기가 단기간에 회복될 상황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8000억 달러의 경기부양법안이 의회를 통과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졌다는 소식이다. 다우존스지수는 약보합으로 거래를 마쳤지만 전날 장중 200포인트 이상 하락하는 등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선진국 증시가 여전히 바닥권이고, 탈동조화가 장기화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진증시의 개선 없이 추가 상승 탄력을 얻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권양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 뿐만 아니라 기업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코스피시장의 PER이 11.4배로 선진국이나 이머징마켓의 평균에 비해 높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신용리스크가 완화됐다고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지 못하는 것 역시 주식시장의 불안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프로그램 수급은 당분간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6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의 매물이 쏟아진 만큼 몸집이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는 최근 차익거래 매수가 유입된 베이시스 수준이 0.5 내외였지만 이론 베이시스가 낮아진 점을 감안할 때 0.3 이상일 때 매수 유입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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