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KT·KTF합병의 전제조건은?

머니투데이 윤미경 정보미디어부장 | 2009.02.13 09:10

망불균형 해소없이 공정경쟁 불가능…책임은 정부의 몫

KT·KTF 합병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그 중 케이블TV(SO)들의 목소리가 가장 처절하다. 막강한 유선망 지배력을 가진 KT가 이동통신망을 가진 KTF까지 흡수하면 SO들은 고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의 주장처럼 사실 KT와 KTF가 합병하면 망쏠림현상은 매우 심해진다. '합병 KT'는 유선망에 이어 무선망까지 보유하기 때문에 '유선전화+이동전화+인터넷+유료방송' 4가지 묶음(결합)상품을 단일법인에서 통합서비스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기업이 될 터이니 말이다.

SK계열 통신사나 LG계열 통신사들도 관계사와 협력하에 '4가지 묶음상품'(쿼드러블플레이서비스:QPS)을 판매할 수는 있지만 단일 법인에서 통합서비스를 할 수 없는데 따른 한계는 분명 있다. 이동통신사업 자체가 아예 없는 SO들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무조건 반대는 능사가 아닐 듯싶다. 방송과 통신이 하나로 융합되는 것처럼 유선과 무선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미국 AT&T나 버라이존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미국 통신시장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하는 두 회사는 인수·합병(M&A)으로 QPS를 실현하고 있다. KT 역시 한계에 직면한 성장을 KTF 합병을 통해 돌파하려는 것이다.
 

다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있다. AT&T와 버라이존은 모두 유·무선망을 갖춘 상태에서 경쟁하지만 우리나라는 '합병 KT' 외에 유선과 무선망을 가진 업체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KT는 지금 유선망뿐인데도 영향력이 막강하다. 전국 도서산간벽지까지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KT의 관로는 무려 11만㎞에 달한다. 이는 유선경쟁사인 SK브로드밴드보다 35배 길다.

전봇대도 370만개나 된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전봇대도 없고, 지역거점인 전화국도 없다. 이런 망 불균형은 매출격차로 드러난다. 지난해 KT 매출은 11조원이었고, SK브로드밴드는 1조8600억원이었다. 무려 10배 넘는 차이다. 이동통신시장 1위 SK텔레콤과 2위 KTF의 매출격차가 2배에 불과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2002년 정부는 망 불균형 해소를 위해 KT 필수설비(관로·전주)를 경쟁사들도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가입자선로 공동활용'(LLU)제도를 의무화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전혀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KT는 11만㎞에 달하는 관로 가운데 겨우 700㎞ 정도만 임대한다. 임대비율이 전체의 0.6% 수준이다. KT보다 관로길이가 턱없이 작은 SK브로드밴드도 전체 관로의 54%에 달하는 1800㎞를 임대하는 것과 비교된다. 전봇대도 마찬가지다. 한전은 전봇대의 75%를 임대하지만 KT는 4.2%만 한다.
 
문제는 이런 불균형이 QPS 경쟁력을 좌우하는 광가입자망(FTTH)에도 그대로 전이된다는 데 있다. FTTH망은 결국 전화망이 진화한 것이다. 인터넷TV나 인터넷전화 경쟁력도 FTTH 경쟁력에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망 불균형 해소'는 KT·KTF 합병심사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이슈인 것이다. 대학생과 초등학생을 100m 달리기시합을 시킬 수 없는 것처럼 이번 기회가 그간의 망 불균형이 해소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합병을 인가한 정부가 그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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