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거물들이 움직인다…왜?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 2009.02.11 15:25

[제비의 여의도 편지]

# "전쟁이 눈앞에 있다". 최근 집권 여당 내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다. 언뜻 '입법 전쟁'을 연상케 한다. 지난해 연말 '입법 전쟁'에서 패퇴한 여당의 새로운 각오일까.

하지만 '이 전쟁'은 '그 전쟁'이 아니다. 외부와 싸움이 아닌 '내전'을 뜻한다. 이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4월 재보선 공천부터 원내지도부 개편, 당협위원장 선거, 당 지도부 선거 등 싸울 일들이 즐비하다.

이에 맞춰 각 세력은 전열 정비 중이다. 친이(친이명박)건, 친박(친박근혜)이건 다르지 않다. 겉으로 들어나진 않았지만 밑은 분주하다.

먼저 움직일지, 상대편의 전략은 뭘 지, 계산하느라 바쁘다. '2월 국회'가 연말 국회에 비해 평온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형국인 셈이다.

# 전쟁에 나서는 당사자에게 세력은 기본이다. 계파별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많이 나오는 것도 세 키우기의 일환이다.

이런 움직임은 이미 감지된다. 원외 당협위원장 협의회 등 새로운 모임들이 생겨난다. '친목' '단합' '신년 인사' 등 여러 명분을 내건 회합도 잦아진다.

선전 선동 역시 필수다. "어느 지역은 이미 정리됐다" "소문을 퍼뜨리는 것 자체가 세 부족을 뜻하는 것" 등은 신경전의 첫 출발이다.

# 세력을 만들기 위해선 중심이 있어야 한다. 앞장 설 '장수'들, 즉 사람이 그 중심이 된다. 이른바 여권의 거물들이 그렇다.

최근 여권 거물들의 행보가 잦아진 것도 이런 이유다. 대통령의 형님, 이상득 의원이 대표적이다. 지난 8일 친이계 의원 모임인 '함께 내일로'의 신년 만찬에 참석한 자체가 좋은 예다.


물밑에서 조용하게 움직이며 '다독이는' 역할을 했던 그의 변화로 읽힌다. 이날 모임의 중심이 이재오 전 최고위원 측근들이라는 점에서 소계파로 나뉘어졌던 친이계의 재집결 선언인 셈이다.

적시에 작전 타임을 외쳐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입법 전쟁 때 후퇴를 결정한 것이나 최근 남북관계 등에서 목소리를 높인 것도 이 의원이다.

이 전 최고위원 역시 움직이는 거물이다. 그의 '3월 귀국' 자체가 여권 내 흐름을 만든다. 그의 측근들은 싸움 전면에 서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는다. "이 전 최고위원까지 나설 필요는 없다"(친이계 핵심 의원)는 얘기도 공공연히 한다.

# 싸움 당사자들의 세 결집은 당연하다. 하지만 직접 참전하지 않는 이도 세력은 있어야 한다. "세를 갖고 중립지대에 있는 것과 홀로 서 있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여당 핵심 인사)이기 때문이다.

다른 인사는 "전쟁 때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밀려나는 게 정치 생리"라고도 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또다른 거물, 정몽준 최고위원과 강재섭 전 대표의 행보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둘 모두 당내 세력이 별로다. 정 최고위원은 한나라당 내에 들어온 뒤 두 거대 고래 사이에서 버티기가 쉽잖다. 강 전 대표도 지난 경선때, 총선때 친이와 친박 사이에 온갖 고생을 다했다. 세력이 없다는 한계를 절감하고 있는 이들이다.

그래서 더 세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이번 전쟁에서 '새우등'이 터지지 않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 이게 이른바 집권 여당 거물들이 움직이는 이유다.

민생법안, 경제위기 극복 등을 위한 야당과의 한판 입법전쟁과 별개로 여당은 또 다른 전쟁을 앞둔 폭풍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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