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콜옵션 포기, 불가피한 선택(?)

더벨 이윤정 기자 | 2009.02.11 11:05

외화조달 어렵고 금리 너무 높아…투자자 신뢰 하락 등 대가 생각보다 클 수도'

이 기사는 02월11일(11:0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이 지난 2004년 발행한 외화표시 후순위채를 조기상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당연히 콜옵션을 행사할 것으로 믿었던 투자자들은 우리은행은 물론 국내 은행들이 발행한 외화표시채권의 가격하락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이 어려운 외화조달 사정 때문에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치솟은 발행금리를 부담하면서까지 조기상환에 나서긴 어렵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외화 조달을 꾸준히 해야 하는 입장에서 콜옵션 포기로 투자자 신뢰를 잃는다면 희생이 너무 크다는 시각이 많다.

조달비용만 생각하면 콜옵션 행사 포기가 당연

우리은행은 지난 2004년에 10년 만기로 4억 달러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했다. 그리고 여기에 5년 콜 옵션 조항을 붙였다. 우리은행은 콜옵션(3월13일) 30일 이전인 11일에 옵션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콜 옵션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 비용측면에서나 자산건전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유리하다 못해 콜 옵션 행사로 우리은행이 감수해야 할 금전적 손실은 큰 상황이다.

후순위채 조기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최대 4억달러 규모의 새로운 외화조달이 불가피하다. 신용 경색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국내 은행들의 장기 외화조달은 여전히 어렵다. 조달을 할 수 있다고 해도 막대한 이자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1월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의 5년 만기 해외채권은 미국 국채 수익률 대비 675~678bp 가산한 수준에서 이뤄졌다. 이를 감안했을 때 시중은행인 우리은행의 5년 만기 해외채권 발행 금리는 미국 국채 수익률 대비 800~900bp 가산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 보증으로 조달금리를 다소 낮출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닌데다 정부 보증을 받은 은행이란 꼬리표를 달고 싶지 않은게 은행들의 솔직한 심리다.

후순위채 상환자금을 일반 은행채를 발행하거나 차입금으로 조달할 경우 BIS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하는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반대로 콜 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이같은 문제로 골치 썩지 않아도 된다. 우리은행은 스텝업 조항에 따라 100bp만 추가로 얹어주면 된다.


글로벌금융시장에선 신용이 최우선

그러나 그동안 은행 후순위채에 대한 콜옵션 행사는 국제금융시장에서 관행으로 통했다. 투자자들이 10년 만기 후순위채를 사는 이유 중에는 5년후 콜옵션이 행사될 것이란 믿음도 있다. 우리은행 후순위채권 투자자 중에는 사실상 오는 3월13일을 만기로 보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도이치은행이 콜옵션 행사를 하지 않은 사례가 있지만 우리은행과는 경우가 달랐다. 3개월 단위로 콜옵션이 살아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콜옵션은 이번에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된다.

우리은행이 콜 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일부 투자자과 관계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투자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신용은 최우선"이라며 "다음에는 해외투자자들이 우리은행의 후순위채권을 아예 사지 않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계속 외화를 조달해야하는 상황에서 콜 옵션 미이행이 향후 우리은행의 외화조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지금의 금리 이점만 가지고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달러 유동성 문제, 생각보다 심각(?)

하지만 우리은행이 이러한 상황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는 쪽으로 기운 것은 그만큼 달러 유동성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 아니냐고 해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시장관계자는 "4억달러를 두고 이러한 결정이 내린 것을 보면 우리은행이 궁지에 몰렸던 것 같다"며 "사실상 우리은행이 당분간 장기로 외화조달을 포기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큰 희생을 치를 것을 알면서도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지금의 조달 금리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앞으로 상황이 개선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장 관계자들은 또 앞으로 외화 후순위채권 콜옵션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기업은행, 농협, 신한은행 등 다른 은행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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