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방망이를 짧게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 2009.02.11 08:10

정책효과 퇴색..실물 불안 엄습

국내증시가 갈림길에 섰다. 다우지수를 비롯한 미국증시는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안 효과가 퇴색되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국내증시도 1200선 안착을 뒤로 미루면서 1190선으로 내려앉았다.

정책효과가 희미해지는 가운데 다시 실물에 대한 불안이 엄습하면서 11일 국내증시는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정책기대의 퇴색과 오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발표에 대한 실망적인 시선, 같은날 다가올 1월 옵션만기일을 맞아 단기적인 대응에 주력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변동성 높은 장세에서는 순환매의 흐름을 빨리 포착하고 욕심을 내지 않는 단기매매로 수익률을 극대화하라는 조언인 셈이다.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금융구제방안 발표의 역풍을 맞아 전날에 비해 4.6% 급락한 7888.88로 마감하며 다시 8000선이 무너졌다.

낙폭으로는 지난해 12월1일 이후 2달여만에 최대치였다.

1조달러 규모의 민관펀드를 조성해 금융권부실자산을 매입하고, 금융안정신탁을 설립, 금융기관 건전성과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내용은 금융기관에 대한 구제방안의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시장의 실망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상원은 구제안 발표 직후 838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이미 예상된 부분에 대한 모멘텀이 사라지면서 미국증시는 약세를 노출시켰다.

코스피시장은 전날 사흘만에 종가기준 1200선을 내주며 상단 지지선 안착에 실패했다. 어떻게 보면 미국에 대한 실망감을 미리 예상하고 움직인 셈이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전날 0.3% 내린 7945.94로 마치면서 8000선을 밑돌았다.

한국과 미국, 일본의 대표지수 모두가 상단 지지선을 반납한 채 다시 하단 지지력을 테스트하며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 지에 대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11일 코스피시장은 미국증시의 4.6% 급락 여파로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정책랠리에 대한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며 방향성을 탐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원은 "경기부양법과 금융구제안의 의회통과는 분명 호재로 받아들여지지만 증시에서는 묵힌 호재로 변질됐다"며 "올들어 증시의 반등을 이끈 호재가 일단 힘을 잃어가는 마당에 새로운 이벤트가 펼쳐지지 않는 한 눈치보기식 움직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로운 이벤트는 아직 두드러지지 않는다.

외국인은 전날 10거래일만에 매도우위로 돌아섰고, 오는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시장에서는 중립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동안 증시의 순항을 이끌었던 따뜻한 바람이 기세를 누그러뜨리면서 시장은 실물에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10거래일만 순매도 전환은 그들도 지수 상승에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1200선을 넘어서는 수준에서는 적극적인 매수 의사가 없음을 짐작할 수 있다"며 "금통위 기준금리 발표도 증시에 단기적인 호재로 작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외국인들 입장에서 본다면 한국은행 금리인하는 원/달러 환율의 단기적인 상승을 초래할 수도 있어 금통위를 앞두고 매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이번주를 고비로 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과 달러화 지수의 하락으로 표현될 전망"이라며 "이를 통해 증시에도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12일 예정된 옵션만기일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들이 올들어 매도했던 지수선물을 매수하면서 장중 시장베이시스가 확대되면서 프로그램 매수가 활발하게 들어오고 있다. 이에 따라 매수차익잔액은 7조7000억원 수준으로 높아졌다.

1200선 안착을 앞두고 불안해진 투자심리와 금통위 결과가 예상보다 저조할 경우 외국인들의 지수선물 매도 전환과 시장베이시스 축소가 진행되면서 프로그램 매물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을 삼성증권은 내놓고 있다.

변동성이 확대되고 다시 불안해지는 장세에서는 '숲보다 나무를 보는 지혜'가 유리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형주에서는 순환매에서 최근 상승폭이 컸던 전기전자(IT)와 자동차, 조선에서 상대적으로 덜 오른 은행과 건설, 철강, 기계 등으로 이전되는 흐름에 편승하는 방법이 있다"며 "중소형주에서는 미국과 한국의 그린에너지, 중국의 경기부양책 같은 글로벌 정책 수혜주를 선별 압축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황 연구원은 "외국인과 기관의 수익률 싸움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목표수익률과 투자기간은 짧게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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