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號 "깔끔한 출발"…장착 무기는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 2009.02.10 14:53

에두르지 않는 직설화법..솔직함..결단력 필요

-공적자금 투입을 공식화
-"어려워도 피하지 않고 정공법으로 돌파"
-1기 경제팀을 반면교사로 활용해야

"신뢰회복의 첫 걸음은 정직성이다. 필요하다면 당연히 공적자금을 투입하겠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직후 제시한 구조조정 방향을 시장에서 긍정평가하고 있다.

공적자금 투입은 제1기 경제팀에 있어 대놓고 거론하지 말아야 할 단어였다. 공적자금 투입은 지난 97년에 한국을 강타한 외환위기를 연상시키기 때문이었다. "한국 경제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게 애써 입단속을 한 이유였다.

하지만 윤 장관은 사뭇 다른 행보를 내딛기 시작했다. "어려운 현실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과감하게 헤쳐나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 투입은 어쩔 수 없는 '외통수'였다. 대우그룹 해체로 본격화하기 시작한 실물·금융 위기를 시장 스스로 치유할 수 없었다.

정부는 무려 168조5000억원의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해 망가진 금융기관과 기업을 선별적으로 추려 회생시켰다. 지난해말 현재 공적자금 회수율은 55.4%로, 93조4000억원을 거둬들였다.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반도체, 현대건설 등 현재 갖고 있는 지분을 순차적으로 매각해 회수율은 꾸준히 높아질 전망이다.

회수와는 별도로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 투입은 최소한의 시장신뢰 회복, 금융시스템의 작동 등 여러 효과를 낳으며 이후 한국경제 재도약의 발판을 놓았다.

하지만 1기 경제팀은 공적자금이란 단어 자체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9월 이후 제2 외환위기설이 불거지고, "결국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 때 한사코 이를 외면했다. 쓸데없이 공포감이 커질 것이란 판단이었다.


하지만 예상대로 한국경제는 지난해말부터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글로벌 장기불황이 다가오고 있고, 국내 생산·투자·소비도 일제히 급감하고 있다. 고용시장 악화, 수출 대폭 감소, 여전히 불안한 외환 및 외화자금 시장 등도 문제다.

윤 장관을 선장으로 한 제2기 경제팀은 이런 점에서 시작부터 '깔끔한 인상'을 주고 있다. '역발상'이다. 아무리 애를 써도 숨기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속 시원히 털어놓고 시작하는 게 낫다. 윤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내던진 단어는 '정직성'이다.

◇'구조조정 미학'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2기 경제팀의 출발에 좋은 점수를 주면서도 여러 충고를 아끼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공적자금을 투입하되 달라진 여건에 맞춰 유연하게 처리하기를 원한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과거 외환위기처럼 '통제용'이 아니라 '지원용'이란 믿음을 줘야 한다"며 "정부는 어디까지나 구조조정의 도우미 역할을 자임하고, 이를 은행 등이 믿어주는 상호 신뢰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을 투입한 회사에 대해 경영진 물갈이, 감자 등 주주권리 박탈이란 초고강도 압박수단을 펼쳤었다. 상당수 회사들이 지금도 공적자금이란 단어에 진저리를 치는 이유다. 권 실장은 그러나 지금 시행하는 공적자금 정책은 보다 시장친화적이고 세련된 방식이 돼야 한다고 충고한다.

공적자금 투입을 미래지향적으로 전개하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실장은 "공적자금을 투입해 현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공적자금 투입은 산업과 기업의 핵심 경쟁력을 유지하고, 앞으로 이를 더욱 향상시키는 쪽으로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조선, 중공업 부문 등에서 핵심 경쟁력이 사라지거나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실장은 "공적자금의 투입 범위, 투입 시기와 방법 등을 최대한 시장친화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환위기 당시의 구조조정은 한꺼번에 부실을 털어내는 '전면전'이었다면, 지금은 시간이 걸리는 '게릴라전'이라 할 수 있다"며 "공적자금 투입이 필요하다고 솔직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정공법으로 헤쳐가는 게 정답"이라고 말했다. 2기 경제팀은 1기 경제팀을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시작을 가뿐하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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