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BIS비율이 수상하다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09.02.11 13:42
-금융지주사, 은행 증자용 채권 발행 '봇물'
-지주사 부채=은행 자본금, "눈속임(?)"
-"은행 아닌 지주사 BIS비율 관리해야"

"솔직히 아랫돌 빼서 윗돌 올리는 것과 뭐가 다른가요? 금융지주회사 소속 은행들은 BIS비율 올리기가 '땅 짚고 헤엄치기'죠."(A은행 관계자)

"이렇게 손쉬운 방법을 놔두고 누가 자본확충펀드에 들겠습니까." (B은행 관계자)

지난해 말부터 금융지주회사의 채권 발행이 봇물을 이뤘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은행 자회사에 자본금을 넣기 위해 벌어진 현상이다. 지주회사 빚이 은행의 종자돈으로 변한 셈이다. 종전과 달리 감독당국의 관리도 느슨해졌다.

하지만 은행이 지주회사 자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탓에 건전성 관리에 구멍이 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BIS비율은 은행은 높아졌지만 지주사는 오히려 하락했다. 지주사 중심으로 BIS비율을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지주사 빚이 은행 자본금=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 모두 1조6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지주사 출범 이후 첫 발행이며 이 자금은 모두 하나은행 증자에 쓰였다.

KB금융지주도 지난해말 국민은행에 5000억원 규모의 자본금을 넣었다. 이 역시 지주사 출범 후 첫 발행한 채권을 통해서였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12월에 8000억원의 채권을 발행했는데 이 가운데 7000억원을 우리은행 증자에 썼다.


신한금융지주는 조금 다른 방식을 택했다. 신한카드의 배당금 가운데 6000억원과 내부유보금 2000억원을 더해 신한은행에 넣었다. 채권 발행 방식을 피한 것은 지주사 부채비율이 40%를 넘어선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주사들은 채권을 발행해 자회사 인수자금으로 쓰거나 자회사에 이자를 받고 빌려준 게 대부분이었다. 비은행계열 자회사 증자용으로 쓴 경우도 일부 있으나 은행 자회사에 자본금을 투입한 건 지난해 말부터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의 BIS비율 하락이 '발등의 불'로 떨어지자 지주사들이 너도 나도 회사채를 발행하기 시작했다"면서 "종전과 달리 느슨해진 감독당국의 관리도 이를 부추겼다"고 전했다.

◇"지주사 BIS비율 관리를"=지주사는 회사채 발행으로 부채비율이 몰라보게 치솟았다. 하나지주의 부채율은 19%고, 우리지주는 20.7%다. 신한지주는 40%를 넘어섰다. 부채비율 상승은 지주사의 BIS비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일찌감치 실적을 발표한 신한지주의 BIS비율은 지난해말 10.2%로 전분기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이 1.5%포인트 상승한 13.4%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문제는 지주사의 건전성 악화가 자회사인 은행에 곧바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주사가 빚을 갚기 위해선 결국 자회사의 배당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해선 글로벌 금융회사처럼 지주사 중심의 BIS비율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지주회사체제가 아닌 은행은 계열사를 포함해 BIS비율을 산정하는 반면 지주사 소속 은행은 단독으로 산출한다. 국민은행은 지난 9월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BIS비율이 소폭 개선되는 효과를 봤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상장사는 은행이 아닌 지주사라는 점에서 은행 중심의 BIS비율 관리체계를 지주사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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