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25억·월세 429만원 임대 "뭐가 다를까?"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 2009.02.10 15:26

[르포]'한남 더 힐' 모델하우스 가보니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남 더 힐'(이하 더 힐) 모델하우스. 원래 복합문화공간(Kring)으로 쓰이던 공간을 특별히 개조한 이 모델하우스는 '29억원짜리 최고급 임대' 컨셉트에 맞게 럭셔리한 분위기를 풍겼다.

하지만 정작 오는 16일 청약접수를 한 주 앞두고도 이 화제의 모델하우스에는 방문객이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 중·장년층 부부 10여 명이 듬성듬성 조감도를 보며 상담원과 맨투맨식 상담을 받고 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분양 담당자들에게 초조한 기색이라곤 찾아보기 힘들었다. 어차피 '더 힐'은 대중이 아닌 한정된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한 분양 전환 임대아파트라는 이유에서다. 이날은 일반에게 공개한 첫날이지만, 이른바 'VIP'들은 이미 한 달 전부터 알음알음으로 방문을 해왔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분양 대행을 맡고 있는 신영의 정동희 부장은 "그동안 강남 고급 주상복합과 강북의 평창동 등 '부촌(富村)'에 거주 중인 이주 수요를 타깃으로 마케팅을 펼쳐왔다"며 "비슷한 수준의 주거 공간에 비해 비싼 편이 아니고 입지나 마감재 등이 뛰어나 충분히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더 힐'은 고가의 임대료 논란이 있을 정도로 가격이 매우 비싼 편이다. 임대보증금은 14억840만~25억2070만원으로 3.3㎡당 평균 2350만원에 달한다. 월 임대료도 239만7000원~429만1000원이다. 관리비는 별도다. 가장 비싼 펜트하우스 332㎡의 경우 전세가격으로 환산하면 29억4970만원에 달한다. 웬만한 중산층으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런 고급 아파트를 '임대'라는 방식으로 분양하게 된 이유는 뭘까. 공급사측은 당초 분양 주택으로 사업이 추진 됐지만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을 경우 3.3㎡당 3000만원을 웃도는 예상 분양가를 받을 수 없게 돼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회사 관계자는 "부동산시장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5년을 임대로 써보고 분양으로 전환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것 같다"며 "입주(2011년 말 예정)후 2년 반의 의무 사용기간만 지나도 분양 전환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금호건설은 '한남 더 힐'이라는 브랜드를 이번 사업에만 적용할 방침이다. 그만큼 금호를 대표하는 사업장으로 각인시키겠다는 의지와 함께 자신감도 묻어있다.


일단 더 힐은 한남동이라는 지역 특성에 맞게 주상복합과 빌라, 단독주택의 장점을 모두 활용할 계획이다. 즉 고급 편의시설을 모두 갖추되, 쾌적한 녹지 공간을 최대화해 단지 내에서 모든 여가 생활이 가능토록 한다는 것이다.

단지 내에는 실내스크린 골프장, 요가와 에어로빅 등이 가능한 스튜디오, 수영장 등 운동 시설이 들어서며 예약제 스파에는 간호사가 상주한다. 단지 전체가 공원으로 느껴질 만큼 자작나무 가든, 암석가든 등 조경시설 테마만 30개가 넘는다. 남산 자락에 위치해 쾌적함을 더해준다.

내부 마감재도 최고급이다. 모델하우스에는 284㎡와 246㎡ 등 두 개의 평면설계를 꾸몄다. 방문객들의 평이 좋은 편이다. 전반적으로 상아색과 떡갈나무색이 조화를 이루며 안정적인 느낌을 줬다. 246㎡의 경우 주방 끝에서 거실 끝까지 길이가 13m로 탁 트인 느낌을 준다.


송파구 가락동에서 온 장 모씨(여·44)는 "입지나 내부 마감재, 임대료도 만족스런 편이고 아이들도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 학군 걱정은 없다"며 "수년 뒤에 분양 전환을 하게 되면 가격이 어떻게 될지 모를 텐데 지금 바로 분양을 받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더 힐은 만 20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통장없이 청약이 가능하고 주택 소유자가 아닌만큼 취·등록세나 종합부동산세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다만 비싼 임대료와 더불어 학군이 강남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는 점과 인근 건물에 가려 한강 조망권이 보장되지 않는 점 등이 '옥에 티'로 거론된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각각 선정한 감정평가사의 감정평가액 기준으로 분양전환가가 산정되기 때문에 5년 후 부동산시장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도 부담으로 작용된다. 이런 이유로 부동산 전문가들조차 섣불리 청약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시장이 매우 침체된 상황에서 임대료가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이 아파트는 어차피 특수 수요층을 위한 것"이라며 "자금력이 풍부한 수요층이 얼마나 움직이느냐에 따라 청약 결과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섣불리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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