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파업 이처럼 냉랭하긴 20년만 처음"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 2009.02.09 16:25

투쟁일정 잡지 않고 노사대화 집중… 찬반투표시 '초유의 부결' 가능성도

현대자동차 노조가 올 들어 사측과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며 파업돌입 수순까지 밟았지만 최근 한발 물러서 대화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9일 오후 제1차 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속개했으나 파업찬반투표 등 뚜렷한 투쟁 일정을 잡지 않았다. 노조는 10, 11일 전주공장에서 이뤄지는 노사협의를 지켜보며 오는 13일 2차 쟁대위 회의에서 다시 일정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노조는 설 연휴 직전만 해도 기세가 강했다. 지난달 19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노조 내 일부 이견에도 '쟁의발생 결의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며 사측을 강도 높게 압박했다. 명절이 지나면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내고 파업 찬반투표도 차례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노조 측은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은 노사관계에서 법률적 효력이 있는 단협 사항이라고 강조해왔다. 올 1월 전주공장 시범 실시가 무산되자 지난해 노사가 굳게 맺었던 약속을 사측이 깼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치기 전 약속을 무조건 이행하라는 주장에 대해 역풍도 거셌다. "경제위기에 파업이냐"는 밖에서 쏟아진 비난뿐만 아니라 내부의 싸늘한 여론이 지도부를 당혹케 했다. 노조게시판과 현 집행부 현장조직인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 홈페이지 등에는 조합원들의 비판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설 연휴가 끝난 지난 2일 노조는 "서두르지 않으면서 조합원들과 함께 단계적으로 투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3일 처음으로 열린 쟁의대책위원회 회의에서는 ‘투쟁 시기’를 놓고 노조 내에서 의견이 갈리면서 일정을 잡지 못했다. 이 가운데 6일 노사는 ‘근무형태변경추진위원회' 회의를 열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을 모았다.

이처럼 외부 환경과 여론을 의식해 현대차 노조가 몸을 낮춘 건 흔치 않은 일이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7월25일 노조설립과정에서 첫 파업을 시작으로 지난해 9월까지 21년간 1994년 단 한 해를 제외하고 매년 파업을 벌였다.


파업찬반 투표가 부결된 적도 단 1번밖에 없다. 지난해 6월 미국산쇠고기 파동 때 민주노총 차원의 총파업이 부결된 사례가 유일하다. 그 외 회사 내 근로조건과 관련한 파업찬반 투표는 모두 가결됐다.

그럼에도 노조 지도부는 지금은 파업 찬반 투표까지 밀어붙일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9일 현재 노조 관련 게시판에는 "생산 물량이 있어야 2교대를 하지. 파업만은 피하자", "지금 파업투표 해봐야 찬성 안 나온다" 등 파업반대 의견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 20년차 생산직 직원 H씨는 "요즘처럼 파업에 냉랭한 분위기는 없었다"며 "주간연속2교대 필요성도 다 알고 잔업 특근이 줄어 불만도 많지만 파업하자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전했다.

특히 극심한 경기침체에도 현대차가 지난 1월 미국시장에서 전년대비 14% 판매가 늘어 유일한 성장세를 기록하는 등 고군분투함에 따라 자칫 "노조가 발목 잡는다"는 ‘전통적’ 비난을 고스란히 떠안을 처지에 놓인 것도 압박요인이 됐다.

노동계 전문가는 "현대차 노조가 구조조정 문제가 아닌 근무제 관련 사안으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기에는 '경제위기'라는 국민적 공포감이 너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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