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검찰 수사본부장 일문일답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 2009.02.09 15:45
'용산 화재참사'를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수사본부는 9일 용산 재개발구역 남일당 건물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다 화염병으로 화재를 일으켜 진압 경찰관을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농성자 김모(44)씨 등 5명을 구속 기소하고 이모(39)씨 등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경찰청장 내정자인 김석기 서울경찰청장과 김수정 서울경찰청 차장, 백동산 서울용산경찰서장, 이송범 서울경찰청 경비부장 등 진압작전에 개입한 경찰 간부들은 위법행위가 없었다고 결론짓고 전원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다만, 경찰이 농성 진압을 위해 설치한 물대포를 허가 없이 농성자들에게 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 혐의(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H건설 본부장 허모(45)씨 등 건설용역업체 직원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날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용산 화재참사'에 대한 수사를 일단락 지었다.

정병두 수사본부장(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은 화재원인에 대해 "농성자들이 저항 과정에서 던진 화염병이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경찰 과잉진압 여부에 대해서는 "농성자들의 저항이 거센데다 화염병 등으로 민간 피해가 우려돼 불가피하게 강제진압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며 "진압 과정에서 일부 잘못이 드러나긴 했으나 형사적 책임을 물을 만한 중대한 사안이 아니어서 무혐의 처분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남경남 전국철거민연합회(전철연) 의장을 조속히 검거해 전철연의 조직적인 개입 여부와 철거민들에게 활동자금을 받았는지 여부 등은 계속 수사키로 했다.

또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농성자 6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하기로 했다.

다음은 정병두 본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농성자는 무슨 혐의로 기소했나.
=경찰관 사망에 대한 공동정범으로 기소했다.

▷경찰이 진압작전을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있는데 진압작전 관련자들을 모두 무혐의 처분한 이유는 무엇인가.
=고민이 깊었다. 농성자들이 화염병을 던지며 거세게 저항하는 등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경찰 진압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진압과정에서 경찰이 위법행위를 저지른 사실도 확인하지 못했다.

▷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를 소환 조사하지 않은 이유는.

=김 내정자가 제출한 사실관계 확인서와 추가 답변서로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인했다.

▷김 내정자 서면조사는 충실히 이뤄졌나. 작전을 지휘한 사실이 없는 것인가.
=경찰 간부들에 대한 조사와 무전기록 분석 등 통해 김 내정자가 작전을 직접 지휘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서면조사 이전에 확인했다. 다만, "무전기가 꺼져 있었다"는 진술의 진위 여부는 로그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확인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 내정자가 작전을 직접 지휘했고 실시간으로 현장 상황을 보고받았다는 증거도 없다.

▷경찰의 진압작전 과정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는데 무슨 내용인가.
=경찰이 진압에 나서기 전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지만 소방당국 등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다소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 컨테이너와 화학소방차 동원 과정에서 당초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하지만 작전이 계획대로 진행됐다고 하더라도 참사를 막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경찰과 농성자들이 참사 직전에 협상을 했다는데.
=참사 전날 협상 시도가 있었다. 경찰이 전국빈민연합회 소속 간부를 통해 전국철거민연합회 측과 접촉했다. 그러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경찰은 농성자들에게 강제진압 방침을 통보했다.

▷용역업체 직원들이 경찰 물대포를 쏜 경위는.
=경찰이 당초 농성자들을 진압하기 위해 남일당 건물 맞은편 건물 옥상에 물대포를 설치했다. 그러나 수압이 낮아 물대포를 발사하지 못했고 일단 물대포를 방치했다. 그러던 중에 H건설 본부장이 물대포를 직원들에게 발사하도록 지시했고 직원들이 번갈아가며 2시간30여분 동안 농성자들에게 물대포를 쏜 것이다.

▷경찰은 용역업체 직원들이 물대포를 쏘는 사실을 언제 알았나.
=물대포 발사 20여분 뒤에 알았다.

▷ 경찰이 용역업체 직원들이 물대포를 쏘는 사실을 알고도 중단시키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폭력행위 방조죄나 직무유기 정도로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검토했지만 두 혐의 모두 적용하는데 무리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폭력행위 방조죄의 경우 경찰이 불법적인 폭력행위를 방조했다는 확정적 증거가 있어야 하지만 이번 사안만으로는 부족하다. 또 고의적이고 적극적으로 직무를 방기(포기)한 사실이 있어야 직무유기죄를 적용할 수 있는데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감안하면 경찰이 직무를 방기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볼 때 경찰이 일부 잘못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형사책임을 묻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앞으로 수사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수사본부는 일단 해체하고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중심으로 미진한 부분을 수사할 것이다. 새로운 단서가 발견되거나 문제가 제기되면 계속 수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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