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5000억원, 설화수의 비밀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 2009.02.10 08:25

[토종 화장품의 재발견]'설화수'..'눈꽃같은 美' 매출 5000억의 비밀

"단순한 화장품이 아닙니다. 함께 나누고픈 우리 전통문화의 아름다움, 그 자체입니다."

여느 화장품과는 달리 설화수(雪花秀) 광고에는 어여쁜 여자 모델이 없다. 40년 한방 연구의 결실과 한국의 전통적인 디자인 감각이 소비자들에게 아모레퍼시픽이라는 회사 이름보다 설화수라는 브랜드명을 더 익숙하게 만들었다.

국내 전체 화장품 시장규모는 지난해 6조5900억원인데 이 중 설화수 한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11%에 달한다. 전체 한방화장품 시장에선 무려 57%를 차지한다. 화장품업계뿐만 아니라 소비재 업종을 통틀어도 한 브랜드의 연매출이 5000억원대에 달하는 경우는 드물다. 설화수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인 '설화수 윤조에센스'는 작년 한 해 160만개가 팔렸다. 단 한 번도 TV 광고를 한 적이 없지만 제품을 써본 고객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판매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내 설화수를 남편이 몰래 쓴다"는 주부들의 민원(?) 때문에 지난해 9월에는 남성용 설화수인 '설화수 정양라인'을 새로 선보이기도 했다. 주요 고객인 35세 전후의 여성뿐 아니라 20대부터 50대, 그리고 남성까지 이용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성공이 가능했을까.

임정아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BM(Brand Manager)은 "설화수는 1967년부터 이어온 한방 및 전통문화에 대한 40년 연구의 결실"이라며 "그간 축적된 기술과 역사는 하루아침에 따라올 수 없는 설화수 만의 저력"이라고 말한다.

설화수의 원조는 1973년 선보인 국내 최초 한방화장품 '진생삼미'다. 아모레퍼시픽은 1972년 인삼유효성분추출 특허를 획득해 약용으로만 사용되던 인삼을 화장품에 사용했다. 이후 체계적인 연구를 거듭해 87년 '설화'를 출시했고 1997년 경희대 한의대와 공동연구를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설화수'를 선보였다.


설화수는 지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연속으로 한국능률협회로부터 여성기초화장품 브랜드파워 1위로 인정받았다. 일본능률협회컨설팅의 글로벌 브랜드 경쟁력지수조사에서도 2004년과 2005년에 걸쳐 2년 연속 여성기초화장품부문 1위로 선정됐다. 2007년 세계명품브랜드 선정 위원회, 한국수입협회주관 '소비자가 뽑은 세계 명품 브랜드 대상'에서 화장품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단기적인 성과나 경기 흐름에 흔들렸다면 지금의 설화수가 만들어질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한국의 미(美)를 통해 명품을 만들겠다'는 장기 비전이 있었기 때문에 세계시장을 염두에 둔 마케팅, 엄선된 한약재를 고집한 기술연구, 한국적 아름다움을 재연한 디자인 감각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설화수는 지난 1월, 4년 만에 신기술 포제법을 적용한 신제품을 선보이는 등 해외시장으로 뻗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제품을 혁신하고 있다.

포제법은 한방에서 불에 굽거나 찌고, 발효하고, 초에 담그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한방 성분을 가공하는 과정을 말한다. 포제법을 거친 재료는 독성이 제거되거나 효능이 높아진다.

설화수에 이어 프리미엄 시장을 형성한 또 다른 브랜드 '헤라'는 같은 명품 반열의 화장품이지만 30대 위주인 설화수와는 달리 20대의 선호도가 높다. 이밖에 '라네즈'도 장수 메가브랜드로 중국을 중심으로 아모레퍼시픽을 글로벌 프리미엄 메이커 반열에 올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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