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6주짜리 인턴'이 잡셰어링?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 2009.02.09 08:11
은행 취업문을 2년째 두드리는 정모씨(27)는 그동안 모아두었던 용돈을 최근 금융분야 자격증학원 등록비에 썼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은행권이 앞다퉈 도입한 청년인턴제도에 취업재수생들이 몰리면서 자격증이라도 하나 더 따두자는 심산이었습니다. "들리는 것은 내년 신규채용이 없다는 소식뿐이고…." 정씨는 자신의 신세가 처량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요즘 은행 취업준비생들의 고민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일자리나누기(잡셰어링) 차원에서 확대되는 청년인턴은 미리 직장생활을 맛보게 해준다는 좋은 취지인데도 구직자들의 표정이 밝지 않은 이유는 왜일까요.

청년인턴 대상은 취업을 눈앞에 둔 대학졸업(예정)자로 채용기간은 1년 이내입니다. 은행들은 이를 통해 청년실업을 해소하고 잡셰어링의 정신을 실현할 수 있다면서 속속 채용공고를 띄웠지요. 올해 민간금융회사와 금융공기업에서는 총 6600여명의 인턴사원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중 은행이 3990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우리지주는 상·하반기에 1000명씩 유례 없는 인턴채용을 실시하기로 했지요. 국민은행은 장·단기 인턴 850명의 배치를 마쳤고 신한지주는 계열사별로 820명을 선발합니다. 하나은행도 상·하반기에 모두 1000명의 인턴을 채용할 예정입니다.

문제는 인턴제도가 실질적인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인턴채용기간은 길어봐야 10개월, 짧게는 6주에 그칩니다. 각 금융회사가 투입하는 비용 대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법도 합니다.


인턴의 정규직 채용 기준도 은행마다 다릅니다. 어디는 가산점을 주고 어디는 수행성적에 따라 점수를 매깁니다. 심지어 아무 혜택이 없는 곳도 있지요. 실제 지난해 1000명이 넘는 인턴을 채용한 A은행에 정규 취업한 숫자는 30여명에 그친다고 합니다.

잡셰어링의 진짜 의미는 기존 직원의 임금을 깎거나 노동시간을 줄여 신규채용을 늘리는 것이지요. 청년인턴은 엄밀히 잡셰어링이라 할 수 없습니다. 은행도 이에 동의합니다.

시중은행 인사담당 관계자는 "청년인턴이 직접적인 채용으로 연결되지 않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경기는 나빠지고 인력수요는 줄기 때문에 은행도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정작 늘려야 할 신규채용이 줄어드는 점은 설명되지 않습니다. 일부 은행에선 올해 경기상황에 따라 극단적일 경우에는 신규채용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정규직은 줄고 월 100만원의 단순 인턴직이 느는 상황에서 결국 눈물 흘리는 것은 구직자밖에 없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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