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상투' 잡고 이자·빚과의 힘겨운 사투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 2009.02.28 08:05

[머니위크]수능세대의 ‘재테크 블루스'-5

◆수능세대, 부동산 불패신화의 '상투'를 잡다

2000년대 자산버블과 강남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불패' 신화는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2008년 하반기부터 주식시장은 거침없이 폭락했고, 은행과 대기업들은 자금집행을 줄인 채 몸을 웅크리고 있다. 수요부족과 자금조달에 허덕이는 중소기업, 취업난에 더해지는 실업문제와 소득이 줄어드는 가계의 부채도 큰 문제다.

그러나 무엇보다 실체를 예측하기 어려운 골칫거리 중 하나가 바로 미분양 등 수도권 아파트 문제다.

200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많은 수능세대들이 결혼으로 새 가정을 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능세대들에게 내 집 마련은 너무도 큰 꿈이었다.

국민은행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2002년부터 주택보급수가 가구 수를 넘어서면서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다. 2005년 기준으로 전국은 105.9%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 2005년까지도 89.7%, 수도권의 경우 96.8%에 머물고 있다. 이는 지방은 빈집들이 곳곳에 있지만, 정치ㆍ경제ㆍ문화가 집중된 서울에는 거주할 주택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0년대 중반. 참여정부가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007년 2배로 상승했다.

많은 사람들이 '역시 부동산밖에 없다'는 부동산 불패신화를 곱씹었고, 가정을 꾸리려는 많은 수능세대들이 2000년대 후반까지도 '신화'에 매달려야했다. 그러나 이들이 움켜쥔 것은 20년 부동산 불패신화의 '상투'였다.

2008년 하반기. 주택가격은 신화를 접고 가라앉기 시작했다. 국민은행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142개 시군구의 주택매매가격은 2008년 10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국주택은 지난해 10월 -0.1%, 11월 -0.4%, 12월 -0.7%, 2009년 1월 -0.6%로 하락하고 있고, 서울주택은 지난해 10월 -0.1%에서 11월 -0.5%, 12월 -1.2%, 2009년 1월 -0.7%로 하락의 기울기가 더 가파르다.

특히 많은 수능세대들이 막차를 타길 원했던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이 가장 크게 하락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당, 평촌, 일산, 산본, 중동 등 1기 신도시 28만3000여가구의 3.3㎡당 매매가격은 최근 2년여 만에 1300만원선이 무너졌다. 2005년 7월 1000만원, 2006년 11월 1300만원 2008년 6월 1400만원을 돌파한 이후 2009년 2월 다시 1200만원대로 내려앉았다.

다만 강남과 타 지역간 양극화는 더 커지고 있다. 국민은행연구소에 따르면 전국 144개 시ㆍ군ㆍ구의 주택을 가격에 따라 5등급으로 나눈 결과 최하위 등급과 최상위 등급의 평균가격은 거의 5억원의 격차가 났다. 최하위 1등급이 6735만원인데 비해 5등급의 평균가격은 5억5822만원으로 8.3배에 달했다.

◆'빚'은 늘지만, 미분양은 '속출'

한국의 평범한 젊은이들이 집을 장만하기 위해 대출은 필수였다. 선진국 젊은이들에 비해 한국의 수능세대들은 돈을 벌어 집을 사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2007년 말 한국의 주택가격은 소득수준의 6.6배로 지난 2000년 5배, 2005년 5.6배에서 꾸준히 높아졌다. 일본의 경우 1995년 6.8배로 한국보다 높았지만 2004년에는 5.7배로 낮아졌고, 미국과 영국은 3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단순계산으로만 봐도 한국의 수능세대들은 미국, 영국 젊은이들보다 두배의 돈을 벌어야 집을 장만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가정을 꾸리는 많은 수능세대들이 막대한 은행대출을 떠안고 서울 주변의 아파트로 몰렸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보다는 대출금리가 더욱 크게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일부 은행의 3년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0%를 넘어섰다.

수도권 아파트 공급이 급증하면서 미분양 아파트도 크게 늘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1990년 말 1만2139호에 불과했던 미분양가구 수는 1994년 10만을 넘어섰고, 2008년 10월 현재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10만2701호보다도 훨씬 많은 15만5720호에 달한다. 이중 수도권 미분양가구는 2만5262호로 16%를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미분양 사태는 경기 고양, 파주 등 수도권 변두리에서 심각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진입이 쉬웠던 경기도 고양시의 미분양 아파트는 5300가구를 넘어섰고, 파주시 미분양 아파트도 400가구를 넘었다.

2009년 봄.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아파트값이 금리 이상의 상승률을 보여주기는 어렵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더욱이 아파트 자체에 대한 선호도 줄고 있다. 이는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서는 국가들마다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2만달러 수준까지는 아파트가 큰 인기를 누리지만 소득 수준이 늘면서 성냥갑 같은 아파트를 기피한다는 뜻이다. 이래저래 대출을 끼고 장만한 아파트의 부담은 커져갔다.

◆죽을 때까지 빚…한국식 '대인변제'

자산버블 붕괴와 부동산 가격 하락은 미국ㆍ유럽에서 먼저 일어났다. 대출을 끼고 주택을 장만했다가 상투를 잡은 세대들은 한국의 수능세대 말고도 많다.

그러나 한국의 수능세대들이 짊어진 '빚'은 더욱 질기고 오래간다. '대인변제'가 기본원칙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버블이 먼저 꺼진 미국의 경우 비우량주택자산으로 구성된 모기지 채권인 서브프라임 탓에 큰 후유증을 겪고 있다. 하지만 미국 사람들은 담보물을 빼앗기고 신용불량이 되면 그만이다. 미국의 모기지는 기본적으로 대물변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담보대출은 대인변제여서 담보물로도 대출금을 못 갚으면 빚이 남는다. 은행은 다른 재산을 소유조사한 뒤 압류와 '채권보전조치'를 통해 대출금과 이자를 회수한다. 채무자가 죽은 뒤 후손이 상속을 포기할 때까지 빚은 계속되는 셈이다.

대출 부담은 늘지만 고용은 점점 불안해지고 있고, 취업시장은 더 막막하다. 2008년 신규 취업자 증가 수는 15만명. 2007년 28만명에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올해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대책이 빛을 발하더라도 취업자 증가수가 10만명 정도에 머무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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