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강세' 국내 증시…추세전환은 "아직"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 2009.02.09 08:33

[머니위크]ITㆍ자동차 상승 견인

국내 증시가 올 들어 글로벌 주요증시에 비해 강세를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지난해 썰물처럼 빠져나간 외국인들의 '컴백'이 두드러지면서 증시의 하락 압력을 누그러뜨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 움직임과 엔화가치의 급등 등 환율효과도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전기전자(IT)와 자동차 등 주력산업이 증시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금융위기로 파생된 경기침체국면에서 미국과 일본, 대만 등 경쟁자들이 지리멸렬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가격과 제품력에서 비교우위를 점유하고 있다.

물론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과 실타래처럼 얽힌 글로벌 증시 및 경제구조 관계의 특성상 '나홀로 강세'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있다. 그러나 증시전문가들은 대체로 외국인 컴백과 우호적인 환율, 주력업종 경쟁자들의 퇴보 등 '트리플 호재'를 맞아 국내증시가 글로벌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탄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외국인 '입질' 주목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돌아온 외국인'이다. 지난해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34조9186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탈 코리아'를 외쳤던 외국인들이 올 들어 컴백하면서 지수의 하락을 저지하는 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1월 코스피시장에서 77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코스피시장에서도 8780억원어치의 매수우위를 보였다. 2월 들어서도 8000억원어치 이상을 순매수하면서 3개월 연속 국내증시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기의 회오리 속에서 외국인 매도세는 코스피지수에 일격을 가했다. 2000년 IT버블 붕괴 당시 50.9% 폭락한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40.7% 미끄러졌다. 그랬던 외국인들이 올 들어 연어처럼 국내증시로 회귀하면서 주식시장도 활력을 띠고 있는 것이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6% 가량 상승하며 글로벌증시의 선두권에 포진해 있다. 물결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와 같이 1200선 안착을 끊임없이 타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글로벌 41개 주요 증시 가운데 상위 10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미국 다우존스지수와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연초 이후 10% 하락했고, 지난해 72.4% 폭락한 러시아 RTS지수는 올 들어 20% 가까이 내려앉은 점에 비해 플러스 수익률은 대단한 성적이다.

특히 코스닥시장은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그린성장'을 앞세운 테마주가 올들어 활기를 띠면서 불이 제대로 붙을 분위기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황분석팀장은 외국인 매수세의 배경에 대해 ▲다른 경쟁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환율 ▲글로벌 산업 구조조정에서도 충분히 생존 가능한 기업 자생력 ▲미국발 신용경색 안정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불안 완화 등을 꼽았다.

◆ITㆍ자동차ㆍ정부정책 수혜주 눈길

올해 증시에서 테마주를 제외한 산업별 특징은 전기전자(IT)와 자동차 등 글로벌 경쟁력이 강한 업종의 반등세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독일 반도체업체 키몬다의 파산과 한국과 경쟁하는 일본 및 대만업체들의 고전 등이 IT관련주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분석이다.

자동차주의 선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현대차는 지난 3일 '깜짝 소식'을 국내 증시에 전했다. GM, 토요타 등 쟁쟁한 글로벌 선두주자들이 지난 1월 예외 없이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현대차만 독야청청 미국시장 판매 실적이 전년동기 대비 14.3%나 증가한 것이다. 기아차도 1월 미국에서 2만2096대를 팔면서 전년동기 대비 3.5% 판매가 증가했다.

반면 GM은 48.9%, 포드는 41.6%, 일본 토요타는 31.7%,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042.9%와 15.5% 감소했다.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자동차 강국들이 역주행을 한 것에 비해 현대차는 미 대륙을 질주한 셈이다.

현대차의 선전은 '구입 1년 내 실직할 경우 되사준다'는 공격적 마케팅과 엔화가치의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본차의 저조 등을 바탕으로 이뤄낸 것이다. 물론 위기를 기회로 삼는 'MADE IN KOREA'의 저력을 드러냈다는 평가도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목되는 그린성장 관련 테마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환경과 풍력, 태양열 전지 등 녹색 관련 테마주와 부동산 정책완화와 금리인하 등에 주목한 정부정책 수혜주도 관심주다.

다만 여전히 실물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어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박희운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증시의 '나홀로 상승'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펀터멘털을 바탕으로 상승이 이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에 신중해야 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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